이창용 “저성장에 경기부양책 시급… 과도하면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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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할 것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 대체 기능
외환시장 규제 우회 방지책 마련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5.5.29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5.5.29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한국의 성장률 저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경기 부양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급하다고 경기부양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새 정부에 근본적인 경제 구조 개혁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12일 이 총재는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면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한은은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면서 새 정부의 재정 정책과도 긴밀한 공조를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단,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에만 기댄 경기 부양책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급하다고 경기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를 향해 구조 개혁에 적극 나서주길 주문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과거 한은이 발표한 구조개혁 보고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새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거점도시 육성’을 비롯해 ‘고령층 계속 고용’, ‘돌봄서비스 개선 방안’, ‘지식서비스 산업 전략적 육성’ 등 구조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디지털 화폐와 관련해서는 중앙은행 역할론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연결해 관리하는 금융 인터넷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통의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면서 “그 중심에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예금 토큰이 있다. 모든 참여자가 신뢰할 수 있는 공통 결제 단위이자 기술 표준”이라고 말했다. 민간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관련해서는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춰야 한다”며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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