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Z폴드7' 출시를 예고하면서 '두께 전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폴더블폰인데도 성능을 '울트라급'으로 예고한 데다 오포·아너 등 역대급 두께 폴더플폰을 선보인 중국 브랜드 모델보다 얇은 기기를 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갤럭시Z폴드7이 공개될 시기에 맞춰 아너가 이보다 앞서 더 얇은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해 격전이 예상된다.
1분기 폴더블폰 출하량, 화웨이 1위·삼성 2위
6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1분기 폴더블폰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중국 화웨이가 선두를 달렸다. 삼성전자는 2위로 뒤를 이었다. 화웨이 자회사인 아너는 3위를 기록했다.
폴더블폰 전체 출하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테크인사이츠는 "(폴더블폰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세는 지정학적·경제적 불안정성과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인해 둔화되고 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분기 폴더블폰 출하량에서 주요 성장 지역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화웨이에 밀린 삼성전자는 야심작을 꺼내들었다. 전날 자사 뉴스룸을 통해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 울트라 모델급 성능을 갖춘 폴더블폰 출시를 예고한 것.
삼성전자는 "더 큰 화면, 더 뛰어난 카메라, 더 강력한 성능, 더 다양한 방식의 연결과 창작 도구. 사용자들은 이 모든 경험을 한 손에 담길 원한다"며 "이러한 소비자 기대에 꾸준히 귀 기울여 단순한 스펙과 기능의 조합을 넘어 일상의 상호작용을 새롭게 정의하는 '울트라 경험'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기기를 좌우로 펼치는 폴더블폰 형태의 모습이 나온다. 자세한 모습은 드러나지 않지만 비교적 날렵한 이미지의 실루엣을 볼 수 있다.
갤럭시Z폴드7이 제공할 사용경험도 예시로 들었다. 저녁 퇴근길, 접은 상태의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AI로 맛집을 찾아 친구에게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식당으로 이동하면서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 이메일을 작성하는 일상 속 모습을 언급했다.
또 저녁 모임에서 고화질 카메라로 즐거운 순간을 기록한다는 예시를 통해 한층 개선된 카메라 성능을 예고했다. AI로 메시지·브라우징·게임 등 일상적인 작업을 사용자 본인에게 최적화해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해 개인화된 사용경험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정밀한 하드웨어, 강력한 성능, 폼팩터에 최적화된 AI까지 사용자들이 '울트라'에 기대하는 모든 요소가 이 제품에 담겼다"며 "화면을 펼치는 순간 콘텐츠 감상부터 문서 작성까지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된 대화면이 펼쳐진다. 갤럭시 AI도 폴더블 폼팩터에 최적화돼 더 직관적이 됐다"고 했다.
갤럭시Z폴드7은 8.2인치 디스플레이에 안드로이드 16 버전이 적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아너, 갤럭시Z폴드7 출시 맞춰 신작 공개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Z폴드7 출시를 예고한 시기에 맞춰 아너가 두께 전쟁에서 선두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업계 안팎에선 갤럭시Z폴드7이 펼쳤을 때 3.9㎜, 접었을 때 8.9㎜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너는 신작 '매직 V5'를 펼쳤을 때 4.21㎜, 접을 때 8.93㎜인 오포의 '파인드 N5'보다 얇은 모델로 선보이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전작인 아너의 '매직 V3'도 같은 기준으로 4.35㎜, 9.2㎜ 두께에 불과할 정도로 얇다. 현존하는 폴더블폰 중 가장 얇은 오포의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갤럭시 Z폴드6는 펼쳤을 때 두께가 5.6㎜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두 번 접을 수 있는 트리폴드폰 '메이트 XT'로 폼팩터 혁신을 이뤄냈다. 메이트 XT는 펼쳤을 경우 두께가 3.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인 울트라급 성능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Z폴드7엔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탑재된단 관측이다. 갤럭시S25 울트라와 동일한 2억화소 광각 렌즈 탑재도 예상된다.
다만, 폴더블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기술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화된 폼팩터 경쟁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폴더블폰 시장이 한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시장이 위축된다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는 최초 기록이 된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 수석 연구원은 "올해 긍정적인 요소가 많지 않고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는 신호가 아니라 2026년을 앞두고 재정비하는 과정이고 특히 2026년엔 시장 진입과 다양한 클램셸 폴더블폰 출시로 활력이 넘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