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보다 더 이재명 외치는데 유일하게 李 언급 피한 후보는 누구 [출마선언문 톺아보기③]

19 hours ago 2

유력 주자만 있고 ‘맞수’가 없는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대권 도전 주자들의 출마선언문을 그 어느 때보다 뜯어봐야 하는 이유다.
이들의 출마선언문은 대한민국 청사진이다. 이들의 결단이자 예고된 밑그림이다.
각당의 컷오프 방식이 윤곽을 드러낸 지금 대권 주자들의 출마선언문을 톺아본다. [편집자주]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견제엔 진보·보수가 없는 듯하다. 대선 주자들의 출마 선언문에 이 전 대표가 수차례 언급된다.

다수의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는 대선 주자에겐 당연한 ‘왕관의 무게’란 평가가 있는 반면, 자신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출마 선언문에 상대 후보를 향한 과도한 비방은 되려 마이너스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공공의적’ 수준…李 외엔 후보자 공격 없어

출마 선언문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을 제외하고는 대선 주자간 직접적인 상대 비방이 없었단 점에서 이 전 대표가 얼마나 ‘공공의 적’이 됐는지 알 수 있다. 직간접적으로 이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 전 대표를 가장 많이 거론한 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한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에서 이 전 대표 이름을 ‘8번’ 언급했다. 그는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결정문을 들며 “헌재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준엄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도 탄핵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와 싸워 이길 수 있고, 이 대표가 가장 두려워할 사람으로 자신을 지목하며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분수대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 전 대표를 6차례 언급했다. 이 지사는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 새 인물’로 자신을 소개했다. 특히 이 지사는 ‘이철우로 이재명을 이긴다’란 의미로 ‘이이제의’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이 전 대표와의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전 대표의 재판을 문제 삼았다. 출마 선언문에서 이 전 대표를 2번 언급한 그는 “요즘은 부패한 정치인이 오히려 큰소리 치는 시대가 됐다”며 “부패한 공직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또한 “12가지 죄목으로 재판 받고 있는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이 김문수가 제격”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정책을 지적하는 주자들도 있었다.

진보당 대선후보로 나선 강성희 전 의원은 상속세 완화 정책을 두고 “이재명 대표는 아예 ‘진보’라는 가면을 던지고 ‘중도보수’라는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집값은 올리고 세금은 깎아주니 부자들은 좋아할 일이지만 중산층과 서민은 깊은 한숨만 나온다”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가장 먼저 대선 출사표를 던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자기 돈도 아닌 것을 국민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했을 때, 과거만큼 반응이 뜨겁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지속 가능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전 대표의 ‘기본 소득 정책’을 지적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집권 청사진 등을 소개하는 ‘비전 선포식 및 캠프 일정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집권 청사진 등을 소개하는 ‘비전 선포식 및 캠프 일정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도 눈에 띄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회를 중대선거구제와 양원제로 바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국회 권력남용을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0번의 탄핵소추를 발의한 민주당과 이 전 대표를 꼬집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문 말미에 자신의 이름을 한 차례만 썼다. “대한 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 이재명이 되고 싶다”고 했다.

12·3 계엄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

대권 후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강성희 전 진보당 원내대표는 “모든 내란 잔당들을 법의 준엄한 심판대 위에 세울 것”이라며 “윤석열뿐만 아니라 중요 종사자, 단순가담자 모두 법의 심판대에 세워 다시는 이런 불법 무도한 계엄에 대해 꿈도 꾸지 못하도록 엄중한 철퇴를 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두고 “우리의 상식과 양심이 승리하는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12·3 내란청산특별법 제정 △12·3 내란행위 및 반민주행위자조사위 설치 △내란 우두머리의 사면․감형․복권 금지 등을 약속했다.

12·3 계엄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부정적인 발언이 이어진 가운데 유 시장은 계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심화되는 정치적 갈등…모두 ‘통합’ 강조

최근 불거진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의식해 통합 움직임을 강조하는 후보들의 구체적 공약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아예 ‘국민통합, 시대교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안 의원은 “이제는 당내 갈등을 넘어 당내 화합으로, 국민 갈등을 넘어 국민 통합으로, 국가 혼란을 넘어 국가 발전으로 ‘예정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에야말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안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통합’을 9차례 언급했다.

강성희 진보당 전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강성희 진보당 전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김 전 장관은 현 세태를 ‘근래에 경험해 보지 못한 혼란’이라 진단하면서 “대통합이든 대연정이든 나라가 잘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진정한 자유와 보수의 가치를 재건해 하나로 잇겠다”며 국민이 대통합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통합을 강조하진 않았으나 갈등의 원인을 제시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후보도 있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갈등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매우 기능적이고 물질적인 것”이라며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두관 전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김두관 전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까지 공개된 총 12개의 대선출마 선언문을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대상자는 (가나다 순)강성희 전 진보당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두관 전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12명입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대권 후보로 거론돼온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조사일 기준 공식 대선출마 전이라 선언문이 공개되지 않아 조사에서 배제됐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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