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사건의 판이 바뀌고 있다. 과거 CJ올리브영 납품업체 독점 계약 혐의로 19억 원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던 사례처럼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처분으로 시작되던 분쟁 공식이 깨졌다.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총동원해 담합 등 공정거래 사건 인지수사에 전면적으로 나서면서다. 검찰의 전격적인 강제수사를 시작으로 임원 형사처벌,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3단 패키지’로 사건이 확대되며 대형 로펌들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김앤장 150명·세종 80명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의 전격적인 강제수사로 불거진 담합 사건 대응을 위해 대형 로펌 선정을 마쳤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GS칼텍스와 에쓰오일 두 곳을 대리한다. 법무법인 광장은 SK에너지, 태평양은 HD현대오일뱅크를 각각 맡았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수사부터 기소 방어, 이후 사측의 각종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 방어까지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수백억 원 규모의 법률 비용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건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유사 두곳을 대리하는 저력을 보여준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업계 선두다. 정영진(사법연수원 22기)·김진오(26기) 변호사가 이끄는 공정거래그룹은 150여명으로 업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자체 경제분석팀과 디지털포렌식팀을 갖추고, 기업 내부 컴플라이언스 점검부터 대규모 현장 조사 대응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커버한다.
법무법인 세종은 형사 대응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창훈(33기) 변호사가 이끄는 공정거래조사대응팀(80명)은 김민형 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31기)을 전면에 내세워 검찰 수사 방어 역량을 강화했다.
◇태평양은 ‘경제 분석’이 강점
김홍기·강일(32기) 변호사가 이끄는 태평양 공정거래그룹(70명)은 ‘경제 분석’을 무기로 들었다. 국내 로펌 최초로 신설한 법경제학센터와 공정거래형사대응센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구조다. 광장(67명)은 안용석(15기)·선정호(37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김석호 전 공정위 상임위원 등 전문 인력에 기업결합·독점 규제 자문 역량을 더해 플랫폼 기업 수요를 집중 공략한다. 윤정근(26기)·황의동(28기) 변호사가 주도하는 율촌과 전상오(34기)·이희재(34기) 변호사가 중심이 된 화우(50명)는 자문부터 행정·형사소송까지 잇는 원스톱 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평은 김지홍 대표변호사(27기)를 중심으로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독과점 소송에서 연달아 승소하며 입지를 굳혔다. 지평은 최근 형사그룹을 포함한 공정거래형사팀(30여명)을 새로 꾸렸다. 바른은 고진원(33기) 전 서울중앙지검 공조부장을 주축으로 형사대응팀을 신설했고, 대륙아주는 구상모(28기)·이정란(37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자문과 사건에 대응하고 있다. 와이케이(YK)는 현민석 변호사(39기)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분야 집단소송을 파고드는 특화 전략을 택했다.
◇기소·손배소 동시다발…다음은 플랫폼
로펌들이 앞다퉈 조직 재편에 나선 배경에는 수사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있다. 과거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가 조사를 마치고 고발해야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기류는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엄단을 강조한 ‘민생 담합’ 사건 등에서 검찰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인 인지수사에 나서고 있다. 선제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한 뒤 사후에 공정위 고발을 받아 기소하는 식이다.
그 속도도 빨라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조부(부장검사 나희석)이 지난 23일 대상, 사조CPK, CJ제일제당 법인과 대표이사 등 임직원 21명, 전분당협회장 등 총 25명을 10조원 규모 ‘전분당담합’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21일엔 지방의 한 제과업체가 이들 제당 3사를 상대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터였다. 기소와 민사 소송이 사실상 맞물려 터진 것이다.
전기홍 김앤장 변호사(32기)는 “공정거래 사건이 ‘패키지화’ 된 만큼 사건 초기부터 공정거래·형사·송무팀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원팀 체계가 필수”라고 진단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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