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게임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게임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과 결제 수수료 과도 지출 문제 등으로 게임시장이 신음 중인 상황에서 바람직한 이용 문화와 산업 진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유보 기조에 게임사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게임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규제보다 부흥을 지원하는 정책을 개발하며 게임 친화적 행보를 보였다. 이번 6·3 대선 과정에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9대 취향 저격 공약’을 발표해 게임 제도 전면 개선의 포석을 깔았다.
구체적으로 ▲균형 있는 게임 문화 조성 ▲글로벌 진출 활성화 ▲제작비 세액공제 등 인디게임 지원 ▲게임 전문 모태펀드 예산 확대 ▲게임 질병코드 등재 유보 ▲게임분야 거버넌스 개편 ▲이스포츠 투자 등을 내세웠다.
이 가운데 핵심 쟁점은 게임이용장애의 국내질병코드(KCD) 도입 여부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해 국제질병분류(ICD-11)에 등재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객관적 근거 없는 질병 분류는 산업 종사자와 게임 이용자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게임을 질병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광주 동구에서 열린 이스포츠 산업 현장 간담회에서도 “과거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면서, 한국이 게임 종주국이었는데 현재는 중국에 추월당했다”라며 “게임을 약물처럼 취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는 질병코드 반영 시 2년 만에 약 8조8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게임특위는 타당성 검토를 위해 중장기 연구, 비의료적 대안 마련, 온라인 게임 이용자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제기해 온 각종 진흥책이 탄력을 받아 시행되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특히 질병코드 유보 방침은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규제 완화 방안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플리케이션마켓 수수료 인하 및 인앱 결제 강제 금지 ▲사전심의 폐지 및 민간 자율심의 도입 ▲게임 내용 수정 신고제 개선 ▲온라인게임 본인인증 절차 간소화 ▲게임 시간 선택제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해소 등이 예고됐다.
앞서 게임업계는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독점에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우리나라 게임사 100곳은 구글과 애플에 지급한 인앱 결제 수수료가 30%에 달한다며 일부를 돌려받기 위한 집단 조정을 신청했다. 자본력이 약한 게임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수익성 악화와 사업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2024년도 앱 마켓 실태조사’를 확인하면 인앱 결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과도한 수수료’(70.4%)가 꼽혔다. 이어 ‘환불 등 수익 정산의 불명확함’(11.6%), ‘결제 수단 선택 제한’(8.9%) 등 순이었다.
아울러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불투명한 심의 기준에 누적돼 온 불만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자율심의로 게임에 대한 검열이 아닌 정보 제공 중심의 심의 체계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게임전담조직도 설립한다. 새 조직은 사후관리 기능을 수행한다. 콘텐츠진흥원과 게관위는 통합하거나 역할을 재정립하는 방편이 고려되고 있다.
이외에도 확률형 아이템의 과도한 사행화를 방지한다. 앞서 넥슨코리아와 크래프톤, 위메이드, 그라비티, 코그, 컴투스 등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구성품의 획득 확률을 속여 이용자들을 기만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실제로 다수의 게임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과태료 철퇴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이용자 분노를 촉발한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이용자 이탈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용자 기망의 소지가 발견된 경우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대리게임과 게임핵 등 부정행위에 대한 공급자 제재를 강화하고, 사용자 처벌 조항도 신설할 방침이다. 게임사 계정 제재 기준도 명확해진다.
이스포츠시장 역시 변화를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이스포츠 종목의 국제대회 채택 지원, 미성년 선수 권익 보호, 이스포츠 중장기 로드맵 수립, 이스포츠와 지역관광 연계를 위한 특화 상품 개발, 이스포츠 지역 거점 경기장 활성화, 이스포츠에 대한 세제 혜택 마련 등이 공약에 포함됐다. 이스포츠 관련 공약을 체육 정책 영역에 올렸다는 점에서, 이스포츠가 생활 체육 종목이 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공약이 입법·집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소형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수많은 공약을 공중분해시켰기 때문에 마냥 좋아하기는 이른 것 같다”며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