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예상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정치적 위기에 빠졌던 이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향후 총력전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 대표에 대해 이같이 선고하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대표가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위증을 하도록 결의하게 하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 과정에서 김씨에게 거짓 증언 등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2002년 최철호 당시 KBS PD와 함께 ‘분당 백궁 파크뷰 의혹’을 취재하면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회에서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사칭한 적 없고 누명을 썼다”고 말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해당 재판은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씨가 잘 모른다고 했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언을 요청하지 않은 만큼 위증교사의 고의가 없었다고 봤다. 당시 ‘김 시장과 KBS 사이에 최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이 대표를 검사 사칭 사건 주범으로 몰자’는 약속이 있었는지를 묻는 이 대표 질문에 김씨가 “잘 모르겠다”고 하자 더 이상 이 대표가 이에 대한 증언을 요청하지는 않은 점 등이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 대표는 김씨가 모른다고 한 ‘고소 취소 약속’과 ‘김 시장 측과 KBS 측 사이의 협의에 관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또 김씨가 모른다고 하거나 부인하는 내용은 배제한 채 김씨가 기억하거나 동조하는 사항, 적어도 명백히 부정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만 증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1심은 또 이 대표의 교사 행위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가 김씨의 법정 증언에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위증교사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가 법정에서 ‘당시 김 시장이 KBS 측 고위 관계자와 협의 중이라는 말을 들었느냐’는 이 대표 측 변호인의 질문에 “예”라고 한 답변 등은 위증에 해당해 이 대표의 교사 행위 역시 인정된다면서도, 김씨가 법정 증언에 이르기까지 이 대표가 직접 개입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와 김씨는 통화 당시 김씨가 증언을 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증언할 것인지 여부 등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보면 이 대표는 교사 행위 당시 김씨가 이 부분을 위증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대표에게 김씨의 위증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김씨에게 자신의 변론요지서를 보내준 행위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피고인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한 것인 만큼 교사의 고의가 없었다고 봤다.
당초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 많이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최대 관문’으로 꼽혔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례적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김씨가 재판 과정에서 본인의 위증을 인정했고, 30여분에 달하는 통화 녹취록이 증거로 남아 있는 만큼 가중 요소가 많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혐의 관련 최대 형량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위증교사는 피고인 방어권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인 만큼 법조계에서는 항상 논란을 야기하는 주제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이번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방어권 보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변론요지서 교부 행위가 위증교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증인과 변호사의 사전면담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어 법리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1심 재판이 끝난 이후 즉각 항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 김진성씨가 이재명 대표의 부탁으로 허위 증언했다고 자백하고, 재판부가 이 대표의 교사 행위로 김씨가 위증하였다고 판단해 김씨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의 범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와 증거관계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