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높아도 대출 한도 많은 곳” 은행 아닌 2금융 몰린 고신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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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다, 5월 대출약정 데이터 분석
3단계 스트레스 DSR案 발표 직후
신용 900점 이상 2금융 약정 40% ↑
“부동산 상승 조짐에 대출 수요 늘어”

이사를 앞둔 30대 A 씨는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일찌감치 대출을 알아보기로 했다. 신용점수 933점인 A 씨는 주거래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높아진 대출 문턱 등의 영향으로 대출 가능액이 잔금을 치르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A 씨는 결국 제2금융권인 캐피털사를 통해 9.87%의 금리로 5780만 원을 대출 받았다. 기존에 받았던 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였으나 일단 필요한 자금을 다 끌어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고신용자는 1금융권에서만 대출을 받는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을 앞두고 은행들이 속속 대출 문턱을 높이는 가운데 고신용자들도 상대적으로 대출이 용이한 2금융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12일 핀테크 기업 핀다에 따르면 5월 3∼4주 차(5월 12∼25일) 동안 사용자들의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용점수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가 받은 2금융권 대출 약정 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이 발표됐던 5월 4주 차(5월 19∼25일)에 전주(5월 12∼18일) 대비 40.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출 약정액은 31.7% 늘었다. 신용점수 1000점인 ‘만점자’들의 2금융권 대출 약정 건수와 약정금액도 각각 150%, 600%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고신용자들의 2금융권 한도조회 횟수도 16.1% 증가했는데, 이는 중저신용자(400∼700점대)들의 한도조회 증가율(6.2%)의 약 2.6배 수준이다. 고신용자일수록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안 발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업권에서 고신용자들의 대출 약정 수(100%)와 약정액(117%)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졌다. 한도조회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권은 카드(31%)였다. 반면 1금융권 대출은 한도조회(7.5%)만 늘었을 뿐, 대출 약정 수(―0.9%)와 대출 약정액(―8.1%) 모두 소폭 감소했다. 은행들이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해 일찌감지 대출 규제를 조인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저신용자는 1금융권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렸다. 중저신용자의 1금융권 대출 약정 수는 5월 4주 차에 전주 대비 5.8% 늘었고, 대출 약정액도 같은 기간 1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2금융권 대출 약정 수가 3% 감소하고 약정액은 0.2%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등으로 대출에서 최우선 조건이었던 금리뿐만 아니라 ‘한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2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며 투자가 활발해짐에 따라 2금융권 대출도 늘고 있다”며 “추가 규제나 부동산 가격 상승 전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해 매수에 나서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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