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사진)는 14일 기자와 만나 “2차전지 기업은 전기차 시장 정체로 지난해 대비 매출이 감소했으나 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에코프로그룹 등 2차전지 기업들이 추가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방산 기업 역시 매출 증가에 따른 운영 자금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며 “회사채 발행만으로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어 유상증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올해 기업들이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재무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한항공 역시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매출채권을 유동화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NH투자증권도 그동안 약점이던 유동화증권 부문을 강화해 종합증권사로서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업들이 핵심 사업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카브아웃(분할 매각)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신이 강점이 있는 사업 위주로 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롯데렌터카, SK스페셜티 매각과 같은 대기업 카브아웃 딜이 잇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딜을 수임하기 위해 NH투자증권은 기업들과의 접점이 가장 많은 회사채 시장에서의 커버리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기업들 상장을 적극 돕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대표는 “올해 IPO 예상 기업이 많지 않지만, 내년과 내후년 시장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1~2년 내 주목 받을 업종의 기업들의 상장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 규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금융당국이 IPO와 공개매수, 유상증자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현재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러시아산 원유가 유럽 대신 중국으로 대량 유입되는 ‘원유 덤핑’ 현상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종이 위축된 측면이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고 유가가 정상화되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