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로 남는 파월 워시와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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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속적 금리인하 압박
"Fed 50년만에 최대 위기 직면"
FOMC 성명서 두고 내부 분열
'완화 불만' 매파 트리오 등장Fed 의장으로 마지막 회견 … 금리는 3연속 동결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다음달 케빈 워시 차기 의장 후보가 취임한 후에도 Fed에 남아 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는 6월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재할 워시 후보는 파월 ‘전 의장’과 함께 기준금리 결정을 논의하는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FOMC는 29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일부 위원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하는 성명서 내용에 반대하는 매파적 행보를 보였다.

◇이례적인 잔류 결정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이 (의장으로서) 마지막 기자회견”이라며 워시 후보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앞서 워시 의장 인준안이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파월의 의장 임기는 다음달 15일 끝난다. 의회는 그 전에 본회의를 열어 워시 후보 인준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Fed에 대한 일련의 불법적인 공격을 우려한다”며 이사직은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사직 잔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그는 이런 공격이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통화정책을 채택할 능력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물러나는 시점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때”라고 했다.

Fed 의장은 이사 임기가 남아 있어도 의장직이 끝나면 퇴임하는 것이 관례였다. 폴 볼커,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전 의장은 의장 임기가 끝나는 날 이사직도 내려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X에 올린 글에서 “제도주의자를 자처하던 인물이 잔류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통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남는 것이라고 조롱했다.

◇‘매파 트리오’의 등장

FOMC는 이날 정책금리를 현 수준(연 3.5~3.75%)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Fed는 올해 들어 세 차례 연속으로 현상 유지를 선택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유가를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날 FOMC 성명서에는 12명의 위원 중 4명이 반대했다. 한 회의에서 4명의 위원이 반대 의견을 낸 것은 1992년 이후 34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임명한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반면 닐 카시카리, 베스 해맥, 로리 로건 등 세 명은 성명서에 ‘목표 달성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수준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문구가 통화 완화 기조를 시사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충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밥 미셸 JP모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매파 트리오’의 등장이 워시 후보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에 “(위원들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에 대비하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ed 독립성 최대 위기

차기 의장이 풀어야 하는 과제는 산적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의장 자리에 오르는 워시 후보가 대통령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를 5년 동안 웃도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Fed가 50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1970년대에 아서 번스 전 의장이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압박으로 금리를 낮췄다가 물가 급등을 야기했다. 이후 지켜져 온 Fed의 독립성이 다시 한번 도전받고 있다는 의미다.

의장이 되더라도 FOMC에서 행사할 수 있는 표는 한 표에 불과하다. 의장의 힘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위원들을 설득해 조화시키는 데서 나온다. 워시 차기 의장이 FOMC 위원 간의 분열을 봉합하는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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