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열린 월덱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상향을 안건에 대해 반대를 주도한 VIP자산운용(이하 VIP운용)이 완승을 거뒀다. 이사 보수 관련 안건 3건이 모두 부결되었다. 90%가 넘는 일반주주들의 압도적인 반대표로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배종식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연임까지 주총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배종식 대표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의 보수한도를 심의하는 ‘제2-1호 안건’은 당초 가결 가능성이 높았다. 안건 분리 상정을 통해 지분 34.8%를 보유한 배 대표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 대표를 제외한 일반주주의 94.7%가 반대표를 던지며 결과가 뒤집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개인주주 거의 대부분이 VIP운용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이사 보수한도 부결로 월덱스는 새로운 안건을 마련해 임시주총을 다시 열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또한,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배종식 대표이사와 배영수 부사장의 연임을 위해서도 주주들의 신임을 전면적으로 다시 얻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졌다.
■ 창사 23년 만의 첫 공개 주총 캠페인… “불가피한 선택”
이번 표 대결은 VIP운용이 창사 23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적인 의결권 위임 권유에 나선 결과다. VIP운용은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어내는 우호적인 행동주의를 전개해왔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공개 표 대결에서 이기는 게 우선적인 목표는 아니다”라면서 “이번에는 안건 통과시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월덱스 경영진은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안건을 주주들의 반대 사유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수정 없이 임시주주총회에 다시 상정했다. 특히 대표이사의 의결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사보수한도 안건을 분리해 상정하고, 평일 오전 9시 경북 구미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면서 정기주주총회 때 허용했던 전자투표마저 실시하지 않았다. 주주들의 참여 기회를 극도로 제한하면서까지 임원 보수한도 안건의 통과를 강행하려 했다는 비판이 확산되면서 회사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주주들의 불만은 보수한도 안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이 2.3%에 불과할 정도로 이익 규모에 비해 주주환원이 현저히 낮았고, 사내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아버지와 두 아들로 구성된 가족 중심의 이사회 구조에도 비판이 제기되었다. 여기에 반도체 산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한 가업승계 전문가를 독립이사로 선임한 점도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임시주주총회 직전에 발표된 밸류업 계획 역시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다. 회사는 2600억 원 규모의 투자와 향후 3년 평균 배당성향 10%를 제시했지만, 투자 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한 데다 주주환원 수준도 주주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69.2%였던 반대 비율은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94.7%로 25.5%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현재의 경영 방식과 지배구조에 대한 주주들의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전자투표 배제에 분노한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해 주셨다”며 “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하고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뜻이 분명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 “이제는 회사가 응답할 차례”… 과감한 주주환원과 합리적인 보상체계 마련해야
김 대표는 “모든 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과감하고 실행 가능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덱스는 약 2,3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1,600억 원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했다. VIP운용은 지난 6월 초 올해 최소 200억 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내년 이후 연간 순이익의 4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사 보수체계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존의 백지수표식 보수한도는 이미 주총에서 부결됐다. 경영진 보수는 총주주수익률(TSR) 등 객관적인 성과와 연계해야 한다”며 “우수한 성과에는 더 큰 보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주주들은 보수 금액 자체가 아니라 성과와 무관하게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정하는 보수체계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이 현 경영 방식에 대한 불만과 변화 요구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만큼, 월덱스가 보수체계와 이사회 구성, 주주환원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민국 대표는 “우리는 경영진과 대립하려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진정성 있게 협의에 나선다면, 우호적인 파트너로서 주주환원과 신규투자, 보상체계를 아우르는 합리적인 밸류업 방안을 조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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