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공시를 통해 정유경 회장이 오는 5월 30일자로 모친인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신세계 보통주 98만4518주(지분율 10.21%)를 증여받는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8.95%에서 29.16%로 증가하게 된다. 신세계 측은 “각 부문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30일 종가(15만8000원) 기준으로 해당 지분의 가치는 약 1600억 원이며 증여세는 약 850억 원으로 추정된다. 증여세는 증여일 기준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되며 최종 금액은 7월 말쯤 확정된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해 10월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회장으로 직행했다. 2015년 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의 일이다. 그간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총괄회장을 정점으로 이마트 부문은 정용진 회장, 백화점 부문은 정유경 회장이 맡는 ‘남매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정용진 회장이 주도하는 이마트 부문은 스타필드, 스타벅스(에스씨케이컴퍼니), 편의점, 호텔, 창고형 매장 등 다양한 유통 사업을 포괄하며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면세점, 패션·뷰티, 아웃렛 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부터 두 부문을 독립적으로 분리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해왔다. 작년 기준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 보유하고 있었고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18.56%,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18.9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정용진 회장은 올해 1월 이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10%를 약 2140억 원에 인수하며 지분율을 28.56%로 확대했다.
이번 정유경 회장의 증여는 특히 지배구조상 더 유리한 재편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무상 증여를 통해 지분율을 29.16%로 끌어올려 단숨에 단독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반면 정용진 회장은 동일한 1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자금을 투입했고 자금 유출 및 취득세 등 이중 부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자금 유출 및 취득세 부담이 동반됐다.사업 구조의 특성도 양측의 차이를 드러낸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고가 브랜드, 면세점, 아웃렛 등 비교적 수요 변동성이 낮은 소비재 중심의 안정적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정용진 회장이 총괄하는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 침체와 스타벅스·SSG닷컴 등 자회사 수익성 저하 문제를 포함한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재무 구조와 수익성 측면에서도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백화점 부문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계열 분리를 위한 마지막 과제는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 지분 정리다. 현재 이마트는 SSG닷컴 지분 45.6%, ㈜신세계는 24.4%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비상장사의 경우, 친족 간 계열 분리를 인정하기 위해 상호 지분 보유율이 10% 미만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 중 한 곳은 SSG닷컴 지분을 조정해야 계열 분리 절차가 마무리된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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