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예능 15년째 진행 남희석
“언젠가 이뤄질 꿈, 상상만 해도 뭉클… 시청자 눈높이 맞춘 게 장수 비결”
1000명 넘는 탈북민이 생생한 증언
北 정치-외교-사회 등 이슈 주도
채널A가 개국한 2011년부터 15년째 자리를 지켜온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가 드디어 700회를 맞이한다. 다음 달 1일 700회를 방영하는 이만갑은 종합편성채널의 최장수 예능이자 탈북민과 함께하는 방송의 원조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2011년부터 북한의 일상과 현실을 전해온 이만갑은 실향민과 탈북민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700회 동안 꾸준히 이어왔다. 남 MC는 “지금까지 1000명 넘는 탈북민이 출연했는데, 처음엔 큰 용기를 내서 나오셨다가도 녹화를 마치면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는 분들이 많았다”며 “예전엔 탈북 사실을 숨기던 분들이 이제는 자신 있게 밝히는 모습에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이만갑이 일조했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이만갑의 장수 비결 중 하나는 ‘시청자 눈높이’에 대한 세심한 감각이다. 남 MC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말은 30번을 들어도 모르는 분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 엄마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다시 풀어주고 전문가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멈추지 않는 ‘변화’도 또 다른 장수 비결이다. 이만갑은 초기엔 탈북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주로 다뤘으나 이젠 북한의 정치·외교·사회 등 다양한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포맷으로 개편됐다. 출연자 구성 역시 과거엔 탈북민 중심이었지만, 개편 뒤로는 북한 외교관 출신 고위급 인사들도 많아졌다. 장주연 작가(50)는 “초창기엔 탈북민 개인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북한 역사나 미래 관련 이슈도 다룬다”며 “북한 관련 뉴스만 나오면 이만갑을 찾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번 700회 특집의 핵심 주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내세운 ‘적대적 두 국가론’이다. 남북을 동족이 아닌 상호 적대하며 별개의 국가로 보려는 주장의 실체를 다룬다. 김군래 PD(49)는 “특집엔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망명한 이일규 전 참사를 비롯해 북한 엘리트 외교관 출신 4명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다. 장 작가는 “고위 외교관 출신 탈북민이 이만갑에 나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프로그램의 위상과 신뢰를 보여준다”고 했다.앞으로 300회를 더 하면 이만갑은 방송 1000회라는 금자탑도 쌓을 수 있다. 그때의 이만갑은 어떤 모습일까.
“이만갑이야말로 블랙핑크나 K드라마처럼, 대한민국만이 가진 글로벌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오래된 방송이 아니라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방송이죠. 1000회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방영되면 좋겠네요, 하하.”(장 작가)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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