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뿐…코타키나발루에 깃든 '林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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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아일랜드리조트 내 맹그로브 숲에서 투숙객들이 카야킹을 하는 모습.

가야아일랜드리조트 내 맹그로브 숲에서 투숙객들이 카야킹을 하는 모습.

완벽한 고립을 꿈꾸는 이들에게 미지의 낙원이 하나 있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해안 너머의 딥테로카프 원시림이다. 툰쿠압둘라만 해양공원에서 가장 거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물 다양성을 품은 짙푸른 바다와 맞닿아 태고의 신비를 뿜어낸다. 이 거대한 대자연 깊숙한 곳에 ‘가야아일랜드리조트’가 조용히 숨어 있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진정한 내면의 평화를 찾는, 온전한 치유의 공간이다.

영화처럼 펼쳐지는 원시 대자연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서 제셀톤포인트 선착장까지 차량으로 15분 남짓, 이후 리조트 전용 보트로 갈아타고 10분만 물살을 가르면 거짓말처럼 숲으로 뒤덮인 섬에 닿는다. 비행기에서 내려 수속을 밟고 리조트에 입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시간 안팎. 매연이 가득한 도심에서 완벽히 통제된 원시 자연으로, 마치 영화 속 장면이 전환되듯 극적인 공간 이동이 이뤄진다.

가야아일랜드리조트 선착장에서 바라본 리조트 전경.

가야아일랜드리조트 선착장에서 바라본 리조트 전경.

섬에 첫발을 내디디면 가장 먼저 넉넉한 공간의 여유가 여행자를 품는다. 리조트는 121개의 빌라를 품고 있지만 결코 붐비거나 소란스럽지 않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깎아내는 대신 맹그로브 숲과 언덕 경사면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객실을 널찍하게 분산한 덕분이다.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망대다. 맹그로브 숲 위로 떠 있는 캐노피 빌라,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는 바유 빌라, 남중국해와 키나발루산의 장엄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키나발루 빌라까지. 전 객실에 널찍한 프라이빗 발코니와 데이베드가 마련돼 있어 문밖을 나서지 않아도 나무를 타는 야생 원숭이나 코뿔새와 조우할 수 있다. 시선마저 차단된 철저한 고립을 원한다면 선착장에서 전용 보트를 타고 5분가량 더 들어가는 타바준베이 프라이빗 비치로 향하면 된다. 오직 투숙객에게만 허락된 이 은밀한 해변에서는 온전한 쉼을 만끽할 수 있다.

고요가 건네는 숲의 신비감

리조트의 모든 시계는 ‘쉼’과 ‘자연’이라는 두 가지 철학에 맞춰 느리게 흘러간다. 이곳에서의 액티비티는 격렬한 활동이 아니라 숲이 품은 신비감에 가만히 젖어드는 과정이다. 그중에서도 맹그로브 카약은 가장 낯설고도 경이로운 고립감을 안긴다.

눈부신 뙤약볕이 쏟아지는 바다를 노 저어 가다 맹그로브 숲 입구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순간, 공기의 질감부터 확연히 달라진다. 하늘을 빽빽하게 가린 거대한 맹그로브 나무 터널 아래로 진입하면 주변 온도가 뚝 떨어지며 피부에 서늘한 기운이 맴돈다. 수백 년 된 나무들이 일제히 뿜어내는 맑고 무거운 산소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묘한 신비감 속에서 들리는 것이라곤 카약 노가 물을 가르는 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뿐이다. 무더위 속에서 만나는 이 압도적인 청량함과 고요함은 일상의 찌든 때를 씻어내는 듯한 희귀한 경험이다.

자연에서 얻은 감동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철학으로 이어진다. 리조트 내 ‘해양센터’와 ‘야생동물보호센터’가 그 중심에 있다. 환경보존 전담 디렉터를 따로 영입할 만큼 생태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투숙객은 산호 복원 등 보존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환경보존을 총괄하는 저스틴 주훈 디렉터는 “섬의 생태계를 훼손 없이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리조트 운영의 최우선 과제”라며 “투숙객이 숲을 탐험하고 직접 산호를 심는 과정에 동참하면서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보존하는 여행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석양’ 크루즈

세계 3대 석양으로 꼽히는 코타키나발루 해상의 일몰 모습. /정희원 기자

세계 3대 석양으로 꼽히는 코타키나발루 해상의 일몰 모습. /정희원 기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보르네오의 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는 남태평양 피지, 그리스 산토리니와 함께 세계 3대 석양으로 불리는 곳이다. 적도와 가까워 대기가 맑은 탓에 빛의 산란이 빚어내는 색채가 유독 짙고 강렬하다. 전용 요트를 타고 선셋 크루즈에 오르면 이 비현실적인 장관을 독차지할 수 있다.

시각적 환희가 끝나면 말레이시아 전통이 담긴 미각의 향연이 펼쳐질 차례다. 메인 다이닝 공간인 피스트 빌리지에선 현지 특유의 풍미를 살린 다채로운 요리를 만날 수 있다. 탱글탱글한 새우와 아삭한 채소를 볶아낸 면 요리 미고랭,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에 매콤한 삼발 소스와 멸치를 곁들인 나시르막이 별미다.

하늘이 어둑해지면 해변가 레스토랑 ‘피셔맨스 코브’가 붐비기 시작한다. 이곳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어획한 신선한 해산물을 취급한다. 현지 향신료를 곁들인 말레이시아식 생선찜은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맛을 낸다.

가야아일랜드리조트의 메인 풀장 /가야아일랜드리조트 제공

가야아일랜드리조트의 메인 풀장 /가야아일랜드리조트 제공

여러 액티비티로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맹그로브 숲 한가운데 있는 스파 빌리지에 가보자. 사바 지역 원주민의 전통 치유법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쌀과 천연 진주, 허브를 섞은 스크럽이 몸의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 달랜 뒤 본격적인 말레이식 마사지가 이어진다. 눈을 감고 숲의 냄새와 파도 소리에 온전히 몸을 맡기며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가 굳이 먼 길을 떠나와 진정으로 찾고자 한 것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이토록 다정한 자연의 품이었음을.

코타키나발루=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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