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셀 시장에서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이 경쟁하려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중고 플랫폼 업계나 수출협회가 '이중과세 철폐'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국내 중고품 수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있다.
중고시장 규모가 43조원 시대로 커진 가운데 특히 중고거래 시장은 역(逆)직구 시장의 새로운 수출 모델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지금이 중고 역직구 시장을 확대하는 데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아직 정책적 지원이 미흡해 글로벌 리커머스(중고거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를 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 2023년 26조원에 이어 올해 43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리커머스는 희소가치 있는 상품을 재판매하면서 수익을 얻는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해외 사용자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온라인 역직구 수출액은 29억400만달러(약 4조2500억원)로 전년 동기 26% 증가했다. 이베이의 한국 신규 판매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고, 한국 신규 판매자 매출은 60% 이상 뛰었다.
플랫폼 업계도 성장판이 열린 역직구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해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판매대행업체를 통해 이베이 시스템을 연동, 이용자가 해외에서 쉽게 상품을 판매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개인이나 영세기업이 쉽게 거래를 시작할 수 있어 판매도 늘고 있다.
이때 중고품 이중과세는 걸림돌이다. 중고품은 거래 특성상 개인·비사업자 거래가 많다. 중고품 매입 시 관련 자료가 부재해 부가세를 다시 납부해야 하는 사례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중고 역직구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단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업자가 영세율 혜택을 받지 못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측면도 있다. 일반 수출업자는 세율이 0%로 매입세액 전액을 환급받지만 중고품 수출업자는 증빙이 어렵다는 문제로 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에서 현재 부가세의제매입 대상은 재활용 폐자원과 중고차에 한정된 한계가 있다.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할 경우 중고품을 팔아도 되레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예컨대 200만원짜리 중고 한정판 운동화를 사들여 210만원에 팔 경우 이 거래로 10만원을 번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로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의 증빙서류가 없어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가 없다면 세금을 약 19만원 내야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사업자로부터 매입한 중고 물품에 관한 의제매입세액공제 특례 규정이 마련돼야 중고 역직구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중고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세제 혜택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소비세를 최종 소비 단계에서만 부과하고 있다. 일본도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 유사규정(소비세법)이 존재한다. 사업을 위한 구매로 소비세가 과세된 물품이 대상이다. 세금계산서 제도가 없고, 공급 대금에 소비세를 포함한 것으로 간주한다. 거래증명만으로도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EU(유럽연합)의 경우 중고품 대상으로 마진과세제도와 정률보상제도를 적용해 부담을 낮췄다.
중고수출협회 관계자는 “국내 리셀 시장은 글로벌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제한되는 면이 있다.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는 해외시장과 달리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며 “중고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출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국내 일부 중고품 취급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부가세법이나 각종 특례세법 등을 중고품 수출 전반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