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죽는다’는 절박감이 뉴진스님 포용...젊은세대와 소통 못하면 소승불교 전락”

3 weeks ago 7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인터뷰

내달 광화문서 선명상대회

10월 예일대 강연 등 광폭행보

“총무원장이 움직여야 효과적

5차 산업혁명은 정신혁명될것”

3대 독자로 태어나 어릴적 출가

“원효대사처럼 되겠다” 발심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총무원장실 문을 열고 나오고 있다. <이충우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총무원장실 문을 열고 나오고 있다. <이충우 기자>

‘슈퍼 에너자이저’인 그마저도 올여름엔 진이 다 빠졌다. 체중이 5kg이나 빠졌다. 폭염 속에서도 화요일 저녁이면 늘 단상에 앉아 사회 지도층 앞에서 선명상 특강을 소화하던 그다. 취임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108배도 하고 있다. ‘젊은 불교, 힙한 불교’라는 구호 아래 조계종의 대변신을 이끄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63)이다. 다음달 말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얼굴이 다소 야윈 스님을 지난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총무원장실에서 만났다. 선명상 대중화와 뉴진스님 열풍, ‘나는 절로’의 선풍적 인기 뒤에는 한결같이 변화를 독려한 그가 있다. 스님은 “탈종교 시대라 사람들이 종교를 안믿는다”며 “앉아서 죽으나, 서서 죽으나 죽을 바에는 모든 걸 해야 한다. 시대 정서에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그야말로 소승불교로 전락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여름 7주간 ‘선명상’ 특강을 했는데, 평가하자면.

▶말재주가 약해서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들이 100% 전해졌을지 의문이다. 내 특강을 통해서 얻은 바가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총 일곱번을 했는데, 할 때는 정작 힘든 줄을 모르는데 하고 난 뒤 힘들었다. 지난 5월 해외를 다녀온 뒤 시차와 음식 때문에 힘들었는데 회복이 안 된다. 한 5kg 빠진 것 같다.

-다음 달 광화문에서 국제선명상 대회를 열고 10월에는 예일대 강연 등 강행군을 이어간다. 과거 총무원장이 하지 않던 일인데.

▶과거 패턴하고 다르긴 하다. 선명상 대중화는 생각한 지 20년 넘었다. 백양사 주지할 때도 교육원장으로 있을 때도 생각했는데 그때만 해도 지명도도 없고, 내부 반발도 있고 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

-때를 기다린 셈인가.

▶본의 아니게 그렇다. 이거 아니면 사실 방법이 없다. 종단의 수장이 움직여야 가장 효과적이다.

-예전엔 종정이 정신적인 부분을, 총무원장은 행정을 도맡는 이원화된 구조였는데.

▶총무원장은 행정적인 것만 처리하는 자리가 아니다. 불교를 어떻게 이끌어가고 어떻게 포교를 해야 하는가? 그것을 선도하는 자리지. 행정이야 총무원 부장과 본사 주지가 해야지. 대통령이 국가를 이끌어야지 행정 결재만 한다고 대통령이 아니잖나. 이원화된 구조는 효과적이지도, 효율적이지 않다. 총무원장이 그나마 모든 사람에게 가장 빨리, 가장 크게 전달할 수 있는 위치고, 그걸 내가 이용하는 것이다.

-간화선 위주인 조계종 내부에서 선명상에 대한 반응은.

▶명상에 대한 거부감이 일부 있었는데, 어느 정도 설명과 설득이 돼 있다. 선원 수좌 스님과 큰스님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우리가 할 일을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나서주셔서 고맙다”고 격려해주더라.

-다음 달 28일 광화문 선명상국제대회가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신도들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계율인 오계를 국민5계(생명 존중, 남의 것 탐하지 않기, 약속과 의리를 지키자, 진실되기, 몸과 마음을 해롭게 하는 것 먹지 않기)로 재해석해 제시하고자 한다. ‘5초명상’ ‘5분명상’ ‘방하착’ ‘shall pass(지나가리라)’ 등 명상법도 공개한다. 대회 후에는 서울 도심 위주로 선명상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조계사 교육관 쪽에 새로 건물을 짓고, 봉선사 월정사 등 여러 군데 지을 계획이다.

-다음 달이면 취임 2년 반환점을 도는데.

▶젊은이들에게 불교가 외면당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기득권이 되고, 기성세대가 된다. ‘재밌는 불교’ ‘힙한 불교’ ‘쉬운 불교’라는 컨셉을 각인시켜줘야 한다.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 부캐)을 포용하는 조계종에 놀랐다.

▶어느 돌잔치에 갔는데 윤성호 씨가 사회를 곧잘 보더라. 그 뒤로 불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불렀다. 가짜스님이 스님 복장을 하고 춤을 추고, 랩을 하니까 점잖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쪽도 있었다. 그런데도 하자고 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아야 하니까. 사찰 소개팅인 ‘나는 절로’도 크게 하라고 했다. (일부 비판이 있다고 해서) 이런 거 저런 거 다 빼면 할 게 없다. 앉아서 죽으나, 서서 죽으나 죽을 바에야 뭐든지 해야지. 탈종교 시대라 사람들이 종교를 안 믿는다. 불교는 더 그럴 가능성이 있다. 새롭게 뭘 하지 않으면 안된다. 요즘 말로 재해석해 눈높이를 맞춰야지. 그러지 않으면 소승불교로 떨어져 버리지.

-10월 미국 방문의 목적은.

▶K선명상을 글로벌화해야 한다. 앞으로 제5차 산업혁명은 정신혁명이 될 것이다. 물질문명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 과학과 정신이 만나는 시대가 왔다. 예일대 강연은 이를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괴로움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식상한 얘기 같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다. 자기가 욕심을 부린 만큼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있지 않나 자문할 필요가 있다. 큰 욕심이 없더라도 괴로움이 올 때가 많다. 그땐 그 괴로움을 너무 경멸한다거나 싫어하지 말고, 일단 수용해야 한다. 괴로움은 반드시 사라진다. 조금 참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선명상을 해야 한다.

-하루 5분이라도 선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은 오르락내리락 파장이 있다. 감정의 진폭을 좁게 해야 한다. 그것을 평온이라 한다. 재미를 느끼려면 진폭을 살짝 줘 잔잔한 재미를 봐야지, 진폭이 너무 커져 버리면 힘들다. 죽는 수도 있다.

-어릴 적 단명한다는 얘기를 듣고 출가하셨는데.

▶용성스님 제자인 동헌스님이 정암사 주지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 할머니가 잘 다니셨다. 강릉에서 꽤 멀었다. 다섯살 때부터 날 두드려 깨워서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갔다. 그때 동헌스님이 나를 보더니 수명이 짧다고 절에 보내라고 해서,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절에서 다녔다.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

▶어릴 때 할머니·할아버지 손에 자랐다. 그런데 날 절에 맡기길래 ‘친할머니가 아니다, 친할머니라면 절대 3대 독자 손주를 절에 맡길 수 없다. 커서 복수하리라’ 생각했다. 스무살 되니 할머니가 ‘대를 이어야 하니까 장가가라’고 데려왔지만 가지 않았다. 그 무렵에 원효대사 책을 읽고 ‘원효대사처럼 되야겠다’ 생각했다. 금강경과 중론성 책을 읽고 또 감동을 받아가지고.

-단명한다는 얘기에 스님들이 출가를 많이 했는데, 진짜 맞는 얘긴지.

▶에이, 일종의 공갈·협박이다. 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허허. 요즘에는 어림도 없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본지와 인터뷰에서 선명상에 앞장서는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충우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본지와 인터뷰에서 선명상에 앞장서는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충우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집무실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이충우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집무실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이충우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총무원장실 문을 열고 나오며 합장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총무원장실 문을 열고 나오며 합장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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