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까지 3.7~11.4% 부과
이집트산 시멘트 이어 '강수'
반덤핑관세 기간 늘리는 등
기업피해 구제 팔 걷어붙여
◆ 韓, 中철강 관세 ◆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과 맞물려 우리 정부도 보호무역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라면 무역 규제당국이 국내 산업 보호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역위원회가 최근 덤핑방지관세(반덤핑관세) 부과 기간을 더욱 두껍게 설정하고, 잠정 덤핑방지관세(잠정관세) 부과를 적극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2일 무역위에 따르면 10년간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20건 가운데 잠정관세가 부과된 사례는 10건에 머물렀다. 잠정관세는 일종의 임시 조치로 덤핑 조사 기간 중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용된다. 그동안 정부가 덤핑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종적으로 인정한 사례 중 절반은 임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잠정관세 부과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잠정관세 부과 검토에 이어 이날 기획재정부는 올해 6월 조사를 개시한 베트남산 스테인리스강에 내년 4월까지 3.66~11.37%의 잠정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행정예고를 했다. 이는 지난 10월 무역위의 잠정관세 부과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3월 조사를 개시한 이집트산 백시멘트도 조사 기간 동안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잠정관세가 부과됐다.
반덤핑관세 적용 기간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 주요국들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반덤핑 협정에 따라 5년을 기본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3년으로 관세 부과 기간을 설정하는 경우가 잦았다. WTO 협정상 '5년 이내'라는 부과 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한 결과다. 2021년 9월 반덤핑관세가 부과됐던 중국산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이 대표적이다. 최대 25.82% 관세가 부과됐는데, 관세 부과 기간은 3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5년이 기본이 되고 있다. 중국산 이음매 없는 동관과 중국산 폴리아미드필름, 중국산 수산화알루미늄, 이집트산 백시멘트 등 지난해 이후 부과된 반덤핑관세 품목은 모두 관세 부과 기간이 5년으로 설정됐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정부가 무역 피해구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맞물려 무역 구제가 국내 산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에도 철강업계의 긴장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 베트남 법인(포스코베트남)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철강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가 우회 덤핑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6년 중국산 철강재의 베트남 우회 수출을 두고 포스코베트남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한국산 철강재까지 그 대상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멕시코를 우회 경로로 한 제품에 대해서도 감시에 나섰다. 포스코멕시코는 미국 내 자동차사에 공급되는 멕시코산 아연도강판에 한국산 냉연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조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유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