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틈타 26兆 '유가담합 의혹'…檢, 4대 정유사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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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이 벌어진 틈을 타 담합을 통해 국내 기름값을 인상하고, 영세 주유소를 상대로 ‘갑질’을 한 혐의 등을 받는 정유 4사와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4개 법인과 현대오일뱅크 임직원 세 명, GS칼텍스 임원 한 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들의 범행은 크게 중동 전쟁 이후 유가 담합, 주유소 대상 불공정 행위, 증거 인멸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지난 3월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유가를 대폭 올리기로 합의한 뒤 14조2000억원 규모의 담합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을 주도한 현대오일뱅크의 가격결정 부서장은 지난달 18일 구속됐고, 같은 부서 책임급 직원도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SK에너지 법인과 담당 직원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에 따라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기소 대상에선 빠졌지만, 담합에 편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직원들이 메신저에서 “부문장님께서 타사나 알뜰주유소의 입금가격을 보고 결정하자고 하시네요”(GS칼텍스),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에쓰오일) 등 대화를 나눈 내역을 확보했다. 검찰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담합을 참고해 가격을 올린 걸 감안하면 26조원 상당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은 유가 담합 외에 정유업계의 ‘전량구매계약’ 관행 등도 수사해 4개 정유사(법인)를 모두 재판에 넘겼다. 영세업자인 자영 주유소는 대형 정유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가격에 따라 제품을 한 회사에서 모두(전량) 구매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었다. 주유소가 전량구매 계약을 어기면 보너스 카드 중지 등 기존 혜택을 박탈당하거나, 거액(매출의 10~30%)의 위약금 소송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이 밖에도 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과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은 내부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3개사가 올해 3월 산업통상부에 주유소 판매가를 허위보고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경쟁사 가격을 참고하는 이른바 ‘가격 추종’은 국제 유가와 환율, 수급 상황 등 공통 변수의 영향을 받는 정유시장 특성상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정유업계가 논의하는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기준에 이번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검찰이 가격 결정 과정의 적정성과 경쟁 질서를 문제 삼은 만큼 손실보전 산정 과정에서도 원가의 신뢰성과 가격 결정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인혁/신정은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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