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무력충돌이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 급등세가 진정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1.21달러(1.66%) 하락한 배럴당 71.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도 전거래일과 비교해 1.00달러(1.35%) 내린 배럴당 73.23달러에 마감했다.
당초 WTI와 브렌트유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기습적 공습을 시작한 지난 13일 7% 넘게 뛴 바 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간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 내림세를 보이던 유가는 이란이 상호 공격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다급히 보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낙폭을 키웠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 한 미국과의 핵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는 데 열려 있는 입장인 점을 아랍국가 당국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또 이란은 무력 공방을 억제하는 것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메시지를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은 주요 원유 생산국인데다 전세계 바닷길을 통한 원유 수송의 약 25%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유가를 배럴당 크게 끌어올릴 위험요소로 꼽힌다. 이스라엘이 이란 남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드론으로 공격했지만, 핵심 석유시설은 아직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도 유가 하락세에 영향을 줬다.
로버트 야거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은 아직 (이란의) 카르스섬을 건드리지 않았다"면서 카르스섬이 공격당하면 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란 남서부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카르스섬은 이란의 원유 저장 및 수출 시설이 밀집된 원유 수출 허브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