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간은 우리편…군사대응도 불사” 벼랑끝 대치

3 weeks ago 16

트럼프 핵합의 파기에 불신 깊어
11월 중간선거 앞둔 美와 달라
협상판 뒤엎고 호르무즈 3척 나포
40년 저항체제로 경제압박에도 버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에도 이란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국익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22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역(逆)봉쇄가 계속되면 “군사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 이란의 발전소, 교량 등 기간 시설을 파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도 ‘벼랑 끝 대치’에 나선 것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여론 악화, 고유가 등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이란이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판단 속에 버티기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란, 트럼프에 대한 불신 깊어

호르무즈 해협 케심섬 해안에 18일 이란의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이 보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2척의 선박을 공격, 현재 나포하고 있다고 이란 국영 TV가 22일 보도했다. 2026.04.22 AP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케심섬 해안에 18일 이란의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이 보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2척의 선박을 공격, 현재 나포하고 있다고 이란 국영 TV가 22일 보도했다. 2026.04.22 AP뉴시스
22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란 군은 미국의 역봉쇄가 계속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고, 필요시 미국의 봉쇄를 무력으로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혁명수비대는 자국 허가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려 한 선박 3척을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2차 종전 협상에 불참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강경 대응에 나선 건,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인 합의 파기, 협상 중 공격 감행 등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5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지난해 6월 벌어진 ‘12일 전쟁’, 이번 전쟁 모두 미국과 협상 중인 상황에서 발발했단 점도 이란이 트럼프 행정부를 못 믿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협상은 단지 시간 벌기 수단일 뿐”이라는 회의론이 이란 지도부에 만연하다고 전했다.

또 이란은 1979년 신정체제 수립 뒤부터 다양한 제재를 겪었고, 2002년 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뒤엔 서방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받아 왔다. 이른바 ‘저항경제 체제’가 일상이 돼 호르무즈 해협만 통제할 수 있으면 추가적인 경제 압박도 버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이란 내부 강경파 목소리 커져

JD 밴스 부통령(왼쪽),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 의회 의장. ⓒ AFP, 로이터=뉴스1

JD 밴스 부통령(왼쪽),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 의회 의장. ⓒ AFP, 로이터=뉴스1
이란 협상파와 강경파의 고질적인 갈등 또한 종전 협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미국 전쟁연구소 등은 1차 종전 협상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과 협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아마드 바히디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간의 권력 투쟁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큰 부상을 입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각종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열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히디 총사령관이 갈리바프 의장보다 우위를 점하면서 2차 종전 협상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강경파가 ‘호르무즈 해협의 역봉쇄 해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1일 미국의 역봉쇄가 이어지면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의 저장고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주요 자금줄이 막힌다면 이란이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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