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 MOU 신경전
美 "14일 협정 서명할것" 발표
이란 "트럼프 생일날은 안돼"
美 "핵포기 약속땐 제재 해제"
이란 "합의 상관없이 풀어야"
호르무즈 통행료 고수도 '불씨'
지난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4개월째를 맞아 60일간 휴전과 함께 사실상 종전 수순을 밟을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양해각서(MOU)에 14일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란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입장이다. 양측이 더 이상 확전보다는 전쟁 종식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조만간 휴전과 함께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란 핵프로그램 등을 두고 치열한 후속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이번 전쟁을 자신의 승리라고 주장하며 벌써부터 향후 협상 주도권 다툼을 예고하면서 최종 종전까진 '산 넘어 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합의 이행 과정이 빠르고, 쉽고,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다시 사용되는 것을 결코 희망하지 않는 최후의 대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60일 휴전 기간 진행될 후속 협상에서 합의 이행에 차질이 생길 경우 대이란 공격에 다시 나설 수도 있다는 경고지만, 협상 막판 주도권을 위한 신경전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에 맞춰 종전 MOU를 체결하려 한다는 이란 내부 주장도 나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 게시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생일인 14일에 맞춰 MOU 서명을 매듭짓기 위해 '이례적인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이란 협상팀은 MOU가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일요일(14일)에는 MOU가 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란 내부 협상파와 강경파 사이에서도 MOU 서명 날짜에 대한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 타결이 임박했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단계가 이제 시작되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CNN은 "MOU 체결이 이뤄지더라도 남은 60일 동안 핵과 제재, 안보 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양측 간 협정 서명이 임박한 가운데서도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을 이어 갔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을 타격하기 위해 여러 대의 편도 자폭 드론을 발사했다"며 "미군은 최근 몇 시간 동안 이 드론들을 모두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확대했다. 이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20개 마을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린 뒤 대대적인 공습을 실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타결했다가 자신의 집권 1기 때 무효화한 이란핵합의(JCPOA)에 대해 "핵무기로 가는 쉽고, 아름답고, 순탄한 길"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란과 맺을 합의는 정반대"라며 "이란의 핵무기 확보를 차단하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오마바 정부가 이란에 현금 17억달러를 지급한 것도 거론하며, 이번 MOU에는 돈이 오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협상 진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란 제재를 해제하고 중동 국가들을 통해 이란에 간접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내부 비판을 피할 계획이다.
전날 로이터통신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에 30억달러(약 4조6000억원) 이상을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UAE는 이란이 공격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총 100억달러(약 15조2000억원)를 이란에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이 중 일부를 이미 보냈다는 것이다.
이란 핵 문제는 양측의 입장 차가 가장 큰 분야다. MOU에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만 담길 것으로 보여 향후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미국은 향후 60일의 협상 기간 동안 이란이 실제 핵프로그램 폐지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의 핵 협상은 종전 합의안이 이행된 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역시 세부 협상에선 양측 간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MOU 서명과 함께 해협의 즉각 개방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은 사실상 '통행료'를 비롯한 자신의 통제권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란 의회에서 관련 법까지 통과시킨 바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이란 국영TV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 문제는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통행료 부과 방침을 시사했다. 반면 미국은 종전처럼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된 항로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60일간의 휴전에 합의하더라도 협상 진행에 따라 이란 내 강경파가 득세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변수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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