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정치행사 양회 폐막
업무보고 ‘과학’ 발언 급증
AI·로봇·6G 등도 첫 등장
200조원 규모 펀드 조성도
내수 진작 방안도 쏟아내
‘美트럼프 리스크’는 부담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가 11일 모두 끝난다.
한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폐막식을 연다. 양회의 또 다른 축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전날 종료됐다.
이번 양회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첨단산업이다. 리창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신품질 생산력을 개발하고 현대화된 산업체계 발전을 가속화한다”며 “과학기술을 통한 중국 진흥 전략을 전면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업무보고에서 ‘과학’을 언급한 횟수는 12회에 달했다. 지난해 6회와 비교하면 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체화지능(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AI탑재 로봇) △6세대 이동통신(6G) △휴머노이드로봇 △AI 스마트폰·PC 등의 단어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만큼 과학기술이 올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미·중 기술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를 앞세워 AI·로봇 등 첨단 기술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지난 10일 보고서를 내고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전략 산업에서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후발 산업은 필사적으로 추격하고 선도 산업은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중앙정부의 과학기술 예산은 지난해보다 10.1% 늘어난 3981억위안(약 80조원)으로 책정됐다. 지방정부 등 다른 예산까지 더하면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총 한화 8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러한 ‘기술 굴기’ 실현을 위해 민간 기업에도 힘을 실어줬다.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민영경제촉진법’ 개정도 이번 양회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이와 함께 1조위안(약 200조원) 규모의 국가창업투자인도기금을 설립해 첨단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번 양회에서는 내수 진작을 강조했다. 정부의 연간 10대 과제 중에서도 최우선에 배치했다. 리 총리의 올해 업무보고에서 ‘소비’는 지난해 21번에서 크게 늘어난 31번 등장했다. 이를 위해 ‘이구환신(노후 제품을 교체시 보조금 지급)’ 지원 범위를 크게 늘렸다.
이와 관련해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소비 진흥 특별 행동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도 “올해 소비 확대와 민생 혜택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보다 실용적인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왕차이윈 전인대 대표 겸 이리그룹 글로벌혁신센터 과학연구책임자는 신화통신에 “중국에는 14억의 인구가 있어 단 1%의 수요라도 1400만명의 대규모 시장에 해당한다”며 “공급 측면의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새 소비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적자율을 늘려 지출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를 위해 올해 재정 적자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확대했다. 적자 규모는 5조6600억위안(약 1130조원)으로 1년 만에 1조6000억위안(약 320조원)이 늘어났다.
즉, 이번 양회에서는 △기술 발전 △내수 진작의 ‘투트랙 전략’을 통해 점차 고조되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과 무역 분쟁에 대응한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다.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3년 연속 동일한 ‘5% 안팎’으로 제시한 근거와 자신감도 이러한 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리스크’는 중국 경제에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글로벌 ‘관세 전쟁’ 영향으로 중국 경제의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 총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보지 못한 세계적 변화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점점 더 복잡하고 심각한 외부 환경이 중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경제 회복 기반이 충분치 않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 압박이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의 주축인 수출이 꺾이면 경기 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총 20%포인트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선 확대로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1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7% 떨어졌다. 지난달 19일 사상 최고치와 비교하면 8.6% 하락한 것이다. 이 기간 지수 편입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4조달러(약 5832조원) 증발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