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 진입한 실시간동영상서비스(OTT)업체들이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사 대표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OTT 업체들이 내세우는 경쟁 전략은 '독점성'이다. '굳이 여기에 접속해야만 볼 수 있는 콘텐츠'만이 성공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콘텐츠와 연계된 이벤트나 전시 개최, 상품 출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시장 후발주자 중 하나인 디즈니플러스는 영화 지적재산권(IP) 사업으로 성장 노선을 틀었다. 자사가 보유한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앞세워 행사를 열고 관련 상품을 줄지어 출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이뤄졌던 '디즈니 100주년 특별전'이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며 내부에서 IP 사업이 '잘 된다'라는 인식이 생겼다는 전언이다.
이어 올해 국내에서만 오리지널 시리즈 8편 이상을 공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매달 새 시리즈를 공개하며 고객의 '중도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며 또다른 성장 활로를 찾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IP 사업과 국내 제작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최근까지도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월간활성사용자수(MAU)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 2월 디즈니플러스의 MAU는 257만명으로 집계됐다. 점유율 4위 사업자인 웨이브와도 200만명 가까이 격차를 보였다. 1위 넷플릭스의 1345만명과는 무려 약 5배 차이다.
디즈니플러스 외에 다른 OTT업체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한 OTT업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국내 OTT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며 "구독 경제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이탈하는 사례가 지난해부터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OTT 신규 가입자는 점점 줄어들고 요금 부담에 구독을 연장하지 않는 소비자가 들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OTT 업체들은 '자기 어필 콘텐츠'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업계 점유율 1위 넷플릭스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하며로 국내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오징어 게임', '중증외상센터'에 이어 지난달 공개된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등 내놓은 작품 다수가 성공을 거두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살길로 점찍었다는 평가다.
쿠팡플레이와 티빙은 '스포츠 중계'로 맞붙었다. 실제 두 업체는 매월 MAU 집계에서 업계 2등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프로야구 독점 중계권을 따내며 신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고정 팬층이 존재하고 경기가 주 6일 이뤄진다는 종목의 특성상 플랫폼 MAU를 높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쿠팡플레이는 해외 종목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에서 매니아층이 확실한 해외축구, LIV골프 등의 중계를 맡았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를 시작한 이후 업계 4위에서 지난달 2위까지 점유율을 높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독점 콘텐츠 사수와 전시, 상품판매 등 외부 사업을 통한 OTT업체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이제 OTT업계의 핵심은 새 이용자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체 콘텐츠의 경쟁력을 통해 소비자가 이탈할 수 없게 붙잡고, 다른 플랫폼에서 이른바 '환승'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