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례화해 경기북부 대표 역사문화 축제로 육성
경기 의정부는 조선시대 수도권 북부의 정치·군사 요충지이자 왕들이 자주 머문 ‘왕의 도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5회, 세종 13회, 단종 1회, 세조 9회 등 총 28차례에 걸쳐 왕이 의정부를 방문했다. 주된 목적은 숙영, 사냥, 강무 훈련 등이었다.
의정부시(시장 김동근)는 지난달 28일 개최된 제40회 회룡문화제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를 통해 ‘왕의 도시 의정부’라는 역사적 정체성을 시민과 함께 재조명했다. 이번 행사는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왕의 행차와 헌수례(獻壽禮·무병장수를 축원하는 의례)를 복원한 역사문화 콘텐츠로, 의정부의 정체성과 위상을 회복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행사의 역사적 기준은 ‘태종실록’ 제10권에 기록된 1405년(태종 5년) 11월 6일이다. 이날 태종은 개성에서 한양으로의 두 번째 천도 과정 중 태조를 옛 견주(見州·현 의정부와 양주)에서 맞이하며 헌수례를 올렸다. 의례는 왕조 교체기의 갈등을 극복한 통합과 화합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이번 재현은 단순한 행렬을 넘어 역사적 의미를 되살린 문화적 실험으로 의미를 더했다.
시는 2023년부터 ‘의정부 정체성 연구’를 통해 학계와 협업하며 학술고증을 추진해 왔다. 한성대 권기중 교수, 경기대 이왕무 교수 등이 참여한 학술회의를 통해 태종 5년의 법가(法駕·왕의 수레)를 기준으로 삼고, 복식은 조선 양식이 정착되기 이전 시기임을 고려해 고려복식으로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시는 전국 최초로 고려복식 행렬을 선보이며, 역사적 신뢰성과 시각적 예술성을 갖춘 고증형 역사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행사 당일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는 4만5000명이 관람했으며, 전좌마을(회룡사 입구) 행사장 방문인원 1만5000명을 포함하면 총 6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효과는 전문 용역업체 분석 결과, 직접지출 20억원, 부가가치 유발 10억원, 고용유발 24명 등 약 3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일 역사문화 행사로는 이례적인 성과라고 시측은 설명했다.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도시 정체성 전환 전략의 핵심 계기로 작용했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의 설화를 재현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시민들로부터 ‘살아있는 역사공부’라는 긍정적 반응을 이끌었고, 시민 1000여명이 행렬에 참여해 ‘군사도시’에서 ‘왕의 도시’로의 브랜드 전환을 견인했다.
시민 만족도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시민 1069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전반적 만족도 83.7점, 추천 의향 85.1점, 정체성 반영도 83.7점으로 나타났다.
시는 올해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회룡사, 부대찌개골목 등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한 1박2일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를 매년 정례화해 경기북부 대표 역사문화 퍼레이드형 관광축제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김동근 시장은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는 시민과 함께 역사 속 장면을 재현하며 도시의 뿌리를 되짚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도 문화와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도시, 시민이 함께 만드는 축제를 통해 의정부만의 정체성과 품격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