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대사 천년고찰 ‘고운사’도 산불에 모두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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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 산불]
보물인 목조건축물 2채 전소
방염포 등 방재작업에도 못버텨
국가유산 위기경보 ‘최고단계’ 발령

25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방염포를 씌운 국가유산 보물 ‘석조여래좌상’을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살펴보고 있다. 석조여래좌상은 안전하게 옮겨졌다. 국가유산청 제공

25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방염포를 씌운 국가유산 보물 ‘석조여래좌상’을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살펴보고 있다. 석조여래좌상은 안전하게 옮겨졌다. 국가유산청 제공
22일부터 발생한 경북 의성군 산불이 번지며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천년고찰인 의성 ‘고운사(孤雲寺)’가 25일 전소됐다. 이 과정에서 고운사의 국가유산 보물인 목조건축물 ‘가운루(駕雲樓)’와 ‘연수전(延壽殿)’도 모두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유산청과 대한불교조계종 등에 따르면 고운사는 밀려든 산불로 이날 오후 4시 50분경 전소됐다. 산림 당국 측은 “사찰 내 전각까지 불이 붙으며 진화대와 승려 모두 대피했다”며 “공중진화대가 사찰 전소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서기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조계종 제16교구 본사다. 창건 당시엔 ‘고운사(高雲寺)’로 이름 지었으나, 신라 말기 문신 최치원이 자신의 호인 고운(孤雲)에서 따와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고운사가 소장한 보물은 3점인데, 이 중 가운루와 연수전이 화마에 스러졌다. 가운루는 1668년 세워져 큰 훼손 없이 원형을 유지해온 팔작지붕 형식의 누각이다.

연수전은 1904년 고종의 기로소(耆老所·연로한 고위 관료를 예우하고자 세운 기구) 입소를 기념하고자 지어졌다.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도상이 풍부해 역사적 가치가 컸다. 두 전각은 방염포로 덮고 물을 뿌리는 등 방재 작업을 했으나, 거센 불길을 버텨내지 못했다. 고운사에 있던 불상과 불화, 고서 등은 화재에 앞서 경북 영주 부석사 성보박물관 등으로 옮겨졌다. 또 다른 보물인 통일신라시대 ‘석조여래좌상’도 방염포를 씌워 인근으로 보내졌다.

이날 불길이 의성에서 경북 안동으로 확산되며 국가유산 명승인 ‘안동 만휴정 원림(晩休亭 園林)’도 전소됐다.

산불로 인한 문화재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강원 정선 명승인 ‘백운산 칠족령’과 천연기념물 울산 ‘울주 목도 상록수림’ 등 또 다른 국가유산 5건도 피해를 입었다. 국가유산청은 “전국에서 동시다발 산불로 피해 우려가 커져 국가유산 재난위기경보의 최고 단계인 ‘심각’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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