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무너지고 있다면서…"전공의 복귀 말라"는 교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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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최근 진행 중인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과 관련해 "정부는 모든 지원자가 균등한 선발 기회를 제공받고 부당한 사유로 불합격하는 사례가 없도록 모집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일부 수련 병원에서 레지던트 1년차 모집 지원자에게 지원 철회를 안내했다는 민원이 제기되는 등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 지원 의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복지부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은 최근 진행 중인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을 둘러싸고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지원자가 있어도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는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복지부는 이달 초부터 내년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할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을 진행 중이다. 3594명을 뽑는 이번 모집엔 314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8.7%에 그쳤다.

높지 않은 지원율이지만 이번 결과를 둘러싸고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 사이에선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 이후 10개월 가량 이어진 전공의들의 '단일대오'가 무너지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314명 가운데 110명 안팎은 전공의 사직 사태에도 현장을 지킨 승급 수요로 추정된다. 나머지 200명 가량이 사직 전공이 중 복귀 희망자, 군 제대 후 복귀자, 과거 인턴 수료자 등으로 예상된다.

소위 인기과를 중심으로 지원이 몰린 것이 전공의 내부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모집 지원율을 보면 정신건강의학과, 성형회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등 인기과는 지원율이 20%대로 전제 평균인 8.7%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복귀자들이 인기과를 선점한다는 불안감이 커지며 온라인 전공의 커뮤니티 등에선 지원자 신상 털이가 잇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전공의 사회 내부의 혼란이 이어지자 의대 교수들이 나서 전공의 모집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2일 성명서에서 "내란 사태 이후 국정은 혼란 그 자체인데, 정부는 내년도 1년차 레지던트 모집을 강행했다"며 "전공의들이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을 때 모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13일 성명문을 내고 “사직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을 때까지 전공의 모집을 일단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7월에도 올해 하반기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지원율은 1.6%, 합격률은 58%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교수 단체를 중심으로 ‘채용 보이콧’ 등 모집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복지부는 예정된 전공의 모집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공의 1년차 모집의 경우 집단 이탈 사태에도 현장을 지킨 인턴들이 지원하게 된다. 전공의 모집 중단은 이처럼 의료 현장을 지킨 청년 의사들에게 오히려 '패널티'를 물리는 결과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전공의 커뮤니티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원자 집단 신상털이 등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경찰 고발 등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70여건이 경찰에 고발 조치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외치면서 현장에 돌아오겠다는 전공의를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이젠 무작정 반대하고 투쟁하기보단 환자들을 위한 길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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