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올해보다 1509명 줄어든 3058명으로 확정되자 내년 의대 진학을 노리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역인재 전형을 활용하기 위해 ‘지방 유학’까지 선택한 이들은 오히려 경쟁률 상승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한 대학은 대부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의대 증원 당시 지역 의료체계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서울권 의대는 정원을 한 자리도 늘리지 않은 반면 지방 의대에선 대규모 증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가장 증가폭이 큰 곳은 충청권으로, 2024년 421명에서 올해 810명으로 정원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원이 증가하며 지역인재 전형도 대폭 확대됐다. 지방대육성법 시행령에 따르면 비수도권 의대는 모집인원의 40% 이상(강원·제주는 20%)을 지역인재 전형으로 뽑아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각 대학에 이 비율을 60%까지 높이라고 권고했다. 해당 지역 학생들이 고향에서 의료인으로 정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전남대가 올해 전체 모집인원 165명 중 130명을 지역인재로 뽑는 등 비수도권 의대 모집인원의 60%가 지역인재 전형을 통해 선발됐다.
이 때문에 지방 유학 수요도 급증했다. 서울에서 가까운 충청권이 ‘인기 유학지’로 부상했다. 충남에 지난해 이례적으로 초등학생이 순유입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인재 전형에 지원하기 위한 의무 거주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조기 유학’을 오는 사례가 늘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의대 증원이 ‘없던 일’이 되자 지역 학생들의 의대 입시 관문은 오히려 좁아졌다. 지역인재 전형으로 의대 입시를 준비 중인 수험생 장모씨는 “내신 성적이 합격선에 걸쳐 있는 수준인데, 정원이 줄면 지역 의대도 내신 기준이 높아져 합격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올해 고3은 ‘황금돼지띠’ 해(2007년)에 태어나 예년보다 학생 수가 많은 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 수 증가 폭과 모집 인원 감소 규모를 비교할 때 강원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의대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대 모집 인원이 2024년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각 대학에서 지역인재 전형 비중을 당시보다 높게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의대가 있는 대학이 면접 등을 통해 지역 내 정주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입시 정책을 설계할 계획이다. 이런 입학 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에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다.
고재연/이미경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