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과 수험생이 이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의대 열풍'으로 이과에 상위권 학생들이 쏠리면서 중·하위권 이과생들이 전략적으로 문과로 전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도 '탈(脫)이과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일 종로학원이 2026학년도 수능에 대비해 지난 3월 시행된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생을 분석한 결과 이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영역 '미적분·기하' 선택 비율이 작년 46.1%에서 40.5%로 5.7%포인트 감소했다.
반대로 문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확률과 통계' 선택률은 53.9%에서 59.5%로 5.6%포인트 상승했다. 3월 교육청 학력고사 기준 미적분·기하 응시율이 전년도보다 떨어진 것은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처음이다.
국어영역에선 이과 학생이 주로 선택하는 '언어와 매체' 응시율이 작년 37.4%에서 33.8%로 3.6%포인트 떨어졌다. 종로학원은 "수학·국어 선택과목 응시율로 봤을 때 이례적으로 이과 학생이 줄고 문과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탐구에선 사회탐구 응시율이 64.6%로 2022학년도 통합수능이 도입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학력평가 연도별 사탐 응시율은 2022학년도 56.2%, 2023학년도 54.7%, 2024학년도 52.8%, 2025학년도 55.1%, 2026학년도 64.6%다.
사탐 응시 비율이 늘어난 것은 문과 학생이 증가한 것과 함께 이과 학생이 사탐 과목을 응시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종로학원측은 분석했다. 반면 2024학년도 47.2%까지 치솟았던 과탐 응시율은 2026학년도 35.4%까지 떨어졌다.
과목별로 보면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응시자 수가 가장 많은 과목은 사회문화로 15만825명까지 늘어난 반면, 화학Ⅰ응시자 수는 2만8135명에 불과했다.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점수를 받기 쉬운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에 재수생, 반수생까지 유입되자 기존 이과 중위권 학생들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과에서 중하위권 대학에 가느니, 문과로 옮겨서 대학 간판을 상향해보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탐 응시자 수가 급감하면서 이과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기가 더 어려운 구조가 됐다. 임 대표는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축소와 더불어 과탐 선택자 수가 급감하면서 과탐 과목이 입시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