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방조-폭행… 대구경북 지방의원들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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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음주한 지인에 차 몰게 한 혐의… 경찰, 대구 남구 의원 불구속 입건
경북 구미시 의원은 폭행 논란 빚어
도의회 의장 뇌물수수 혐의 구속도
“지방의원 대상 감시-견제책 미흡”

9일 대구 남구의회에서 정재목 구의원이 음주운전 방조 논란과 관련해 공개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9일 대구 남구의회에서 정재목 구의원이 음주운전 방조 논란과 관련해 공개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대구경북 지역 광역·기초의원들이 최근 각종 비리와 비위를 저질러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만큼 비리와 비위를 저지른 의원들을 엄히 처벌하고, 윤리 의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10일 함께 술을 마신 지인에게 차를 몰게 한 혐의(음주운전 방조)로 국민의힘 소속 정재목 남구의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 의원은 4월 26일 달서구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 A 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차를 직접 몰다가 조수석에 앉아 있던 A 씨와 자리를 바꿔 운전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가 몰던 차량은 경찰 음주 단속에 적발됐고, 음주 측정 결과 A 씨는 면허정지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 씨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는데 음주운전을 방조한 정 구의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자 경찰은 뒤늦게 정 구의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남구의회 안팎에선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정현, 강민욱 구의원은 9일 구의회 본의회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정 구의원은 이날 구의회를 찾아 “물의를 일으켜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했다.

중구의회에서는 구의원이 차명으로 유령회사를 만든 뒤 구청과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따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주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대구지법 형사6단독은 4일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태숙 전 중구의원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배 전 의원은 2022년 아들 명의로 인쇄업체를 차린 후 중구와 1800만 원 상당의 불법 수의계약을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배 전 의원은 이 같은 논란으로 지난해 12월 의원직에서 제명됐다.

지방의원이 의회 소속 공무원에게 갑질을 한 것도 모자라 폭행까지 한 사건도 벌어졌다. 구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9일 안주찬 시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제명 의결은 23일 열리는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될 방침이다. 안 의원은 지난달 23일 구미 인동시장에서 열린 ‘달달한 낭만 야시장’ 개장식에서 의전 배려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의회 소속 공무원에게 욕을 하고 뺨을 때려 물의를 빚었다. 이에 구미시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6일 안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고 경북 공무원노동조합연맹은 제명과 공천 영구 배제를 촉구했다.

경북도의회는 현직 의장이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도의회 전체의 신뢰와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 박성만 의장은 영주지역 아파트 건설 사업부지 용도 변경을 빌미로 건설업자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억여 원과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박 의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제3자 뇌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후 현재까지 도의회 차원에서 사과문 발표나 유감 표명도 없자 도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방의원들은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이들을 감시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현재로선 유권자의 관심과 감시가 지방의원들을 견제하는 유일한 수단인 만큼 주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광역·기초의원들의 의정활동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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