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에서 스트레이키즈, 오타니 쇼헤이 카드 뽑았어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과 아이돌 등 ‘오시카츠(推し活·좋아하는 대상 응원 소비)’를 앞세워 감소세에 접어든 자동판매기를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편리함을 앞세웠던 자판기가 이제는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소비 공간’으로 전환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주류업체 산토리 BF는 17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신형 자판기를 공개했다. 핵심은 고객이 선택한 이미지를 현장에서 즉시 출력하는 ‘태그 라이브 카드’ 기능이다. 이벤트, 라이브, 스포츠 경기, 애니메이션 신작 발표 등과 연계해 이미지 데이터를 자판기에 전송하면, 즉석에서 아크릴 카드 형태의 굿즈가 제작된다.
가격은 1회 1500엔으로, 재고를 보유할 필요가 없고 물류비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산토리 BF 전략기획본부 다카하시 다이키 과장은 “즉석 인쇄 방식은 리스크를 크게 줄이면서 상품과 디자인을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미 자판기 약 34만 대를 운영하며 업계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오시 라벨 캔’ 등 관련 상품을 전국 5000개 이상의 자판기에서 판매하고 있다. K-팝 그룹 ‘스트레이키즈’ 협업 제품은 2개월 만에 21만 개가 판매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산토리 BF는 이러한 흐름을 기반으로 오시카츠 전용 자판기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9개 상업시설에 14대를 설치했으며, 2027년까지 250대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에는 버튼 조작 시 캐릭터 음성이 출력되는 등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자판기 제조업체 SDRS도 오시카츠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랜덤 추첨 방식의 ‘가챠 기능’을 탑재한 자판기 ‘가챠에몬’을 개발해 수도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했으며, 향후 음료 구매 후 경품 추첨이 가능한 모델도 음료 제조사에 제안할 계획이다.
다만 자판기 산업 전반의 환경은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 음료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자판기 가동 대수는 195만 대로, 2013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1대당 연간 판매량도 장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물가 상승과 편의점과의 가격 경쟁, 인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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