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마다솜(26)이 딱 그랬다. 시즌 최종전까지 윤이나(22)와 박현경(25)의 대상·상금왕 경쟁에만 모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정작 피날레를 장식한 주인공은 마지막 2개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다승왕에 오른 마다솜이었다.
막판 7개 대회에서 3승을 몰아친 그는 박현경과 박지영(29), 이예원(22), 배소현(32)과 함께 공동 다승왕이 됐다. 최근 만난 마다솜은 “사실 제주도를 오가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직전 대회에서 우승한 사실도 잊고 있었다”며 “돌이켜보니 시즌 마지막 2개 대회에서 우승한 덕에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마다솜은 선수로서도 마지막에 웃을 날을 꿈꾼다. 당장 올해 몇 승을 기록하는지보단 롱런하는 선수가 목표라고 한다. “골프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 일찍 은퇴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래 하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체력적·정신적으로 잘 준비해 40대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요.”
“늦어도 괜찮아...성장하면 되니까”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마다솜은 늦깎이다. 한국체대 입학 후에는 3수 끝에 2020년에 국가대표가 됐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또래보다 4년 늦은 2022년 프로에 데뷔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한 동갑내기 최혜진(26)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졌다.
그러나 마다솜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당장의 성적에 집착하지 않는 ‘긍정 마인드’로 자신의 골프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데뷔 2년 차에 첫 승을 신고했고, 3년 차인 지난해에는 3승을 쓸어 담았다. 마다솜은 “다승왕을 했지만 부족한 골프를 채우기 위해 훈련을 해야 하는 건 똑같다”며 “매년 1승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하면 목표 이상의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다솜은 성적이 곤두박질쳤을 때도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전반기 16개 대회에서 톱10 입상은 한 번뿐이었고, 3연속 커트 탈락의 늪에 빠졌을 때도 모든 걸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마다솜은 “시즌 초반 드라이버샷에 문제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언과 쇼트게임이 많이 늘었다”며 “후반기에 티샷을 바로잡은 뒤 우승 경쟁을 많이 하게 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끝이 좋으니 지난 시즌 저에게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다솜에게 다승왕을 가져다준 최종전 우승도 실패를 통한 성장의 결과물이었다. 당시 그는 이동은(21)과 2차 연장전에서 15.5m 버디퍼트를 떨어뜨려 우승을 확정했다. 마다솜은 “앞서 18번홀 비슷한 위치에서 훅 브레이크만 보고 쳤다가 끝에서 휘어진 게 생각이 났다”며 “끝부분 슬라이스 브레이크까지 고려해 퍼팅을 했더니 쏙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목표는 3가지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찍은 마다솜은 올해 목표를 세 가지로 잡았다. 다승과 메이저 대회 우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 경험이다. 마다솜은 “매 시즌 1승을 목표로 잡지만, 작년에 다승을 해봤으니 올해도 다승은 해야 할 것 같다”며 “다승 안에 메이저 우승이 포함돼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다솜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메이저 대회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공동 46위에 그친 그는 “메이저는 코스 난도가 높아 진짜 실력자만 우승할 수 있다”며 “코스가 어렵기로 유명한 KB금융 대회에서 우승해 더 나아졌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LPGA투어 대회 경험에 대해선 “아마추어 때인 2019년에 US여자오픈에 출전해 커트 탈락한 경험이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제가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