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탄 맞은 '보험사 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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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공 행진하면서 상장 보험사의 배당 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배당가능이익 변동성이 커졌는데, 보험사가 환율 위험에 대비해 자산과 부채를 맞춰놔도 현행 상법상 배당 재원 계산에는 반영되지 않아서다. 정부가 주주 환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제도 미비로 적극적인 배당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탄 맞은 '보험사 배당'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외화보험료는 전년 대비 9.5% 증가한 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외화부채는 같은 기간 32.8% 급증한 16조6000억원이었다. 외화보험 판매와 해외영업 확대에 따라 국내 보험사의 환율 노출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환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화보험부채에 맞춰 외화채권을 보유하며 자산과 부채를 함께 관리한다. 문제는 IFRS17 도입 이후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금리와 환율 변동이 배당가능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금리와 환율 변동에 따라 생기는 영향을 배당 계산에 함께 반영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지난 2023년 금리와 관련한 미실현손익은 일부 상계가 허용됐지만, 환율은 여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실제 환율 변동에 따른 배당가능이익 감소 폭은 상당하다. 예컨대 순이익이 1600억원인 보험사가 외화자산과 외화보험부채를 각각 30억달러씩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원 오르면 자산에서는 3000억원의 미실현이익이, 보험부채에서는 3000억원의 미실현손실이 발생한다. 실제로는 한쪽에서 늘어난 만큼 다른 한쪽이 줄어 전체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하지만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계산은 다르다. 자산에서 발생한 미실현이익 3000억원이 먼저 배당 재원에서 차감되기 때문이다. 보험부채에서 같은 규모의 손실이 나더라도 이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배당가능이익은 1600억원에서 마이너스 1400억원으로 급감한다.

현행 상법은 장부상 평가이익까지 배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실현이익을 보수적으로 차감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다만 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의 특성까지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는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도 배당 재원 계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상법 시행령을 고쳐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손익과 배당가능이익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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