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사, 美 노선 대폭 축소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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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5-25 오전 11:09:16

    수정 2025-05-25 오전 11:09:16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올 여름 시즌을 앞두고 유럽 주요 항공사들이 미국 주요 도시로 향하는 직항 노선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 루프트한자, 브리티시 에어웨이즈, 에어프랑스, KLM 등 대표 항공사들은 뉴욕,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기존의 인기 노선 운항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대신 캐나다·멕시코·브라질·카리브해 등 새로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장으로 항공기를 재배치하고 있다. 이번 노선 전략의 전환은 미국행 수요 감소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대신 북미·중남미로…노선 재배치 본격화

루프트한자는 뉴욕, 마이애미, 시카고 등 미국 내 대도시를 잇는 노선의 주간 운항 횟수를 축소하고, 인도, 일본, 그리스 등 대체 노선에 대형 항공기를 집중 투입하고 있다. 독일 여행업계는 “미국행 예약률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으며, 대신 장거리 유럽권이나 아시아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즈는 라스베이거스 노선을 아예 중단했으며, 올랜도와 필라델피아 노선도 감편 조치에 들어갔다. 항공사는 대신 아테네, 말라가, 두바이 등 유럽 내 단거리 및 중동 노선 강화에 나섰다.

에어프랑스는 시애틀 노선을 폐지하고, 워싱턴D.C. 노선의 감편을 단행했다. 프랑스 여행객들은 포르투갈, 튀니지, 이탈리아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단거리 여행지로의 전략 수정이 이뤄졌다.

네덜란드의 KLM도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을 오가는 항공편의 횟수를 줄이고, 아시아 및 유럽 노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항공사 측은 “미국행 탑승률 감소가 노선 재조정의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치적 불확실성과 까다로운 입국 절차

항공사들의 공통된 판단은 미국의 입국 관련 환경이 여행자들의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24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이후 강화된 국경 정책, 이민 규제, 비자 발급 지연 등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행 항공권 가격보다 복잡해진 입국 절차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럽인들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대안 여행지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선택하는 수요가 가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몇 달간 캐나다 밴쿠버, 토론토, 멕시코 칸쿤, 멕시코시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도미니카공화국 등의 예약률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은 이들 지역으로의 노선 확장을 통해 수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KLM 관계자는 “비자 면제와 상대적으로 간소한 입국 절차, 여행 인프라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 대륙 내 새로운 중심지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사들, ‘선택과 집중’ 전략 가속

이번 노선 재편은 단순한 미국행 기피 현상을 넘어, 글로벌 항공사들이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노선 전략을 재조정하는 흐름을 반영한다. 공급과 수익률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미국의 정치 상황, 비자 제도 개선 여부, 환율과 물가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노선 복원 여부를 유동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유럽발 북미 항공시장 구조에도 중장기적 변동이 예상되며, 국내 항공사들 역시 유사한 노선 전략 수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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