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 응 "거슈윈부터 차이콥스키까지…음악의 롤러코스터 타보세요"

4 days ago 2

"거슈윈부터 차이콥스키까지…음악의 롤러코스터 타보세요"

홍콩 출신 지휘자 윌슨 응(36·사진)은 요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권 젊은 지휘자다. 2019년 서울시향 수석부지휘자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하다. 오는 10월 로열콘세르트헤바우 데뷔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런던필하모닉 지휘도 예정돼 있다.

지난 1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 공연 리허설에 한창이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클래식 in 무비’. 조지 거슈윈과 차이콥스키, 엔니오 모리코네, 폴 뒤카스 등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곡들을 선곡했다.

“단순한 영화음악 콘서트가 아닙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뮤지컬, 발레까지 아우르는 ‘이야기의 음악’이에요. 프로그램 전체가 굉장히 드라마틱합니다.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고 할까요.” 보통 교향곡이 점차 고조돼 정점으로 치닫는 구조라면 이번 무대는 관객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모험하는 기분을 느끼게끔 설계했다.

프로그램은 거슈윈의 활기찬 두 작품을 시작으로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시네마 파라디소’, 차이콥스키의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뒤카스의 ‘마법사의 제자’ 등을 들려준다. 핵심은 대비와 균형이다. “거슈윈은 리듬감 즉 그루브가 있습니다. 차이콥스키와 같은 클래식 음악에는 그런 그루브가 없죠.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은 서정적이고 표현적입니다. 이번 무대는 이런 대조를 통해 관객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도록 짰습니다.”

클래식 무대에 모리코네와 같은 영화음악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보통 영화음악 하면 존 윌리엄스나 제임스 호너 같은 미국 작곡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저는 유럽, 특히 이탈리아 영화음악을 사랑한다”며 “중요한 건 단순히 ‘재밌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깊이가 느껴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휘를 심리학에 빗댔다. “거슈윈에서 영화음악, 다시 차이콥스키와 뒤카스로 넘어갈 때 산만하게 들리면 안 됩니다. 놀라지만 즐길 수 있는 ‘계획된 충격’이어야 하죠. 언제 밀고, 언제 멈추고, 언제 청중을 쉬게 할지 계산하는 게 지휘의 핵심입니다.”

플루티스트 출신이라는 점도 그의 지휘에 색을 더한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와 달리 플루트는 숨을 들이마셔야 소리가 납니다. 호흡이 중요한 악기죠. 그 호흡이 지휘의 시작점과 같아요. 오케스트라 한가운데서 모든 악기의 소리를 균형 있게 들은 경험은 지금도 큰 자산입니다.”

응은 자타공인 말러 마니아다. 20대에 구스타프말러오케스트라를 창단할 정도였다. “말러에게 교향곡은 세상을 포용하는 음악이었습니다. 제게도 말러는 세계 그 자체예요.” 그는 한경필과 말러 전곡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말러 교향곡 5번만 했는데 언젠가 전곡을 해보고 싶습니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