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번역가 "때로는 직역이 오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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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번역가 "때로는 직역이 오역"

“글쓰기는 단순히 지적 활동이 아니라 거대한 도덕적 질문이고, 한강 작가는 이런 질문을 파고들죠.”

한 작가의 소설을 영어로 옮긴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사진)는 지난 20일 한국 독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한국 문학을 세계로 이끈 번역의 힘’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녀의 작품은 종종 고통스럽고 극단적이며 선정적이지만 그건 독자와 연결되기 위한 매우 윤리적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는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한국 독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카드의 문화 행사인 ‘다빈치모텔’을 통해서다.

그는 한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처음 영어로 번역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으로 2016년 한 작가와 함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가 한국어 번역가가 된 건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는 “대학을 영문학 전공으로 졸업한 뒤 유용한 기술로서 외국어를 공부해보자고 결심했다”며 “영국 사람 대부분이 잘 모르는 언어를 배우는 게 합리적 선택이었고, 당시 한국어는 희소한 언어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소설 대신 동화와 시 번역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스미스는 “이제는 한국 문학을 영어로 옮길 수 있는 번역가가 너무 많아 제가 번역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오역 논란도 한국 소설 번역을 중단한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로 <채식주의자> 영역본이 화제가 되자 일부 구절을 두고 오역 논쟁이 일었다. 스미스는 “번역은 단어 뜻만 옮기는 일이 아니다. 언어마다 역사와 문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직역은 오히려 원작 의도와 멀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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