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장사하나?” 2천만원 내고도 ‘을’…설렘 대신 분통 느낀 이유 [스드메의 문단속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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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 장사하나?” 2천만원 내고도 ‘을’…설렘 대신 분통 느낀 이유 [스드메의 문단속①]

입력 : 2026.05.01 18:16

결혼 준비 피해 1년 새 19% 증가
가격표시제 시행에도 깜깜이 여전
결혼서비스업법 제정 나선 정치권

가수 레이디제인이 지난해 결혼 과정에서 지불한 추가금을 나열하며 분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레이디제인’ 캡처]

가수 레이디제인이 지난해 결혼 과정에서 지불한 추가금을 나열하며 분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레이디제인’ 캡처]

#. 내년 결혼을 위해 예식장을 예약한 30대 여성 A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예식일까지 일 년 가까이 남은 시점이라 순탄할 줄 알았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환불 불가’였다. 할인가가 적용된 특별 상품이라는 이유에서였다.

#. 박람회 구경을 갔다가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패키지 계약서에 서명한 20대 여성 B씨도 낭패를 봤다. 나흘 뒤 단순 변심으로 청약 철회를 요청했지만, 최종 불발됐기 때문이다. 총금액의 40%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니 말문이 막혔다.

웨딩업계 견적서는 ‘창조 경제’ 수준이다. 가격표와 실결제 사이에 끼어드는 고질적인 ‘갑질 관행’이 수많은 예비부부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고 있다. 예식장과 스드메 서비스를 둘러싼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깜깜이 추가되는 비용은 가격 공개 정책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예비부부의 예산안을 지켜 주는 문단속이 시급한 시점이다.

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결혼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 2024년 905건에서 지난해 1076건으로 18.9% 증가했다. 특히 결혼 성수기로 꼽히는 4월과 5월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은 125건에서 195건으로 56% 늘었다.

대부분이 계약해지 및 청약철회 과정에서 갈등을 경험했다. 구체적으로 전체 피해 가운데 88.1%가 위약금 분쟁에 휘말렸다. 세부 가격, 추가 비용, 위약금 기준, 환불 조건 등을 명확히 안내하지 않는 불투명한 계약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들의 불만은 드레스 서비스에 집중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참고하면, 드레스 이용자의 59.3%가 드레스를 피팅 시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고가의 상품을 유도해 불편을 겪었다고 밝혔다. 가격 비교가 어렵다는 응답도 43.5%를 기록하면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권이 제한당하는 현실도 드러났다.

예비신부 C씨는 “본식 드레스를 입어볼 때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어 기억에 의존해 골라야만 했다”라며 “30~40분 동안 4벌 정도를 착용해 보겠다고 거액을 지급했는데도 충분히 고민할 수 없는 상황이 스트레스였다”고 토로했다.

스튜디오 서비스 이용자의 50.7%도 곤혹을 치렀다. 예약금과 잔금을 치렀다고 끝이 아니었다. 예상 밖의 추가 지출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태프 간식·선물 비용과 결과물 선수령 비용, 재보정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스튜디오 결혼사진 촬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금은 평균 53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본식 촬영과 앨범 제작에는 평균 48만9000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진 추가 수정·추가 구매 비용은 평균 49만2000원으로, 이 항목에 지출하는 총비용이 평균 83만2000원임을 감안하면 6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원본 사진을 받는데도 추가금이 붙는다.

헤어·메이크업 서비스 이용자의 불평률은 43.2%로 비교적 낮았다. 스드메 중 유일하게 일상적인 품목이라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앞머리를 내리는 데 15만원을 책정하는 등 과도한 추가금 청구 사례가 확인됐다. 미용실과 달리 옥외 가격 표시 의무 대상이 아닌 네일샵은 아예 부르는 게 값이다.

이외에도 홀 투어 당일 계약 압박과 헬퍼비 요구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헬퍼비는 드레스 종류마다 다르고 예식 시간마다 다르다. 교통비는 별도다. 이 사실을 대부분의 예비부부가 본식 당일에 알게 된다. 결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유튜브 채널 ‘연변생각’ 캡처]

[유튜브 채널 ‘연변생각’ 캡처]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된 스드메 패키지 기본가는 평균 199만원이지만, 정작 예비부부가 지출한 기본금은 평균 346만원이었다. 추가금을 포함한 최종 지불 금액은 평균 520만원으로 치솟았다. 패키지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 가운데 37%가 개별 가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처럼 소비자 피해가 지속되자 정부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결혼준비대행업 표준약관’을 도입했다. 서비스 항목별 가격을 명확히 고지하라는 내용의 고시를 마련하고 계도 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가격 표시를 이행하는 웨딩업체는 보이지 않았다.

드레스의 경우에는 의상 라벨이나 착용 상태, 보관 상태에 따라 수시로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정확한 가격을 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입장이지만, 이날부터 해당 고시의 계도 기간이 종료돼 최대 1억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만큼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홈페이지 캡처]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홈페이지 캡처]

한국소비자원도 ‘참가격’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통상적으로 결혼 준비가 박람회, 플래너, 지인 추천 등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공공 정보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가격은 예식장 식대와 대관료, 스드메 패키지 가격 등 주요 결혼서비스 항목을 지역별로 공개하는 사이트다. 품목을 선택하면 세부 가격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비교 견적을 내놓기에 가격 파악과 예산 편성에 도움이 된다.

국회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결혼서비스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조회하면 ‘결혼서비스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소관위인 성평등가족위원회 의결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은 결혼준비대행업 신고 의무화, 가격 공개 의무, 사기 방지를 위한 보증보험 가입 의무 등을 골자로 한다.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처음으로 결혼서비스업이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오정환 법무법인화온 변호사는 “계약서에 계약 해제 시 계약금을 몰수한다는 조항이 담겼더라도 계약 체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계약금 역시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라며 “그 이후에 계약을 해제하면 예식 예정일을 기준으로 배상액이 달라진다. 150일 전, 60일 전, 30일 전, 29일 이내 여부를 체크하고 과도한 위약금 요구에 휘둘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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