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수록 강해지는 토종 ‘이닝이터’ LG 임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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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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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의 미덕 중 하나는 이닝 소화 능력이다. 팀의 첫 번째 투수로 나서 긴 이닝을 책임져주는 것이 승리로 가는 디딤돌이 된다.

올 시즌 토종 선발 중에서 가장 ‘이닝 이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는 것은 LG 임찬규(33)다. 임찬규는 22일 현재 10경기에서 총 63과 3분의1이닝을 소화하며 한화 폰세(72이닝), 삼성 후라도(71과 3분의2이닝)에 이어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당 평균 6과 3분의1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다승 공동 1위(8승) 롯데 박세웅(10경기 61이닝)보다도 이닝 소화 능력이 앞선다.

시즌 첫 등판인 3월 26일 한화전에서 데뷔 14년 만에 첫 완봉승을 수확했던 임찬규는 시즌 내내 긴 이닝을 끌어가고 있다. 페이스도 꾸준하다. 최근 등판이었던 21일 롯데전(4와 3분의2이닝)을 제외하곤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평균자책점도 2.56으로 커리어하이다.

과거 임찬규는 ‘이닝 이터’와는 거리가 먼 투수였다. 개인 최다인 14승을 수확한 2023시즌에도 선발로 나선 26경기에서 평균 5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최다 기록도 2020년 147과 3분의2이닝으로 한 번도 시즌 150이닝을 넘겨본 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 페이스만 놓고 봤을 때 올 시즌 190이닝도 노려볼 수도 있다.

LG 임찬규.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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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임찬규는 올 시즌 10개의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이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시즌 총 11개의 병살타를 만들어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임찬규는 5이닝을 채우지 못했던 21일 롯데전에서도 병살타 2개를 유도했다.

임찬규의 완급조절이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고 140㎞ 초중반대 공을 던지는 임찬규는 패스트볼보다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다. 변화구 중에서도 커브와 체인지업의 비중을 경기마다 바꿔가며 타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때론 커터(컷패스트볼)도 섞어 던진다.

특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선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이 1.40으로 주자가 없는 상황(0.64)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진다. 위기상황에서도 원하는 대로 경기를 끌어간다는 이야기다. 임찬규가 좋은 성적을 이어가면서 경기운영 노하우에 대해 묻는 후배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가 지난달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일시 대체 선수 코엔 윈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도 임찬규가 꾸준히 이닝을 끌어주며 LG는 불펜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염경엽 LG 감독으로부터 “임찬규가 에이스답게 완벽한 피칭을 해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칭찬이 나오는 이유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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