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첫 일자리 구직기간 길고 주거비 늘고 ‘이중고’
취업 1년 늦어질 때마다 평생소득 7%씩 감소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 ‘잃어버린 세대’와 닮은꼴
한은 “노동시장 경직해소·소형 주택공급 개선해야”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주요 원인에 주거비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주거비가 1% 상승하면 총자산은 0.04% 줄어들고, 전체 지출에서 주거비 비중이 1%포인트 오르면 교육비 비중은 0.1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실증 분석됐다. 청년세대의 고용·주거 문제가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은 높은 주거비 부담과 구직기간 장기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고용률 등 거시통계로 판단하면 15~29세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대체로 이전 세대보다 개선됐다”면서도 “그 이면에는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 구직기간이 장기화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그 원인으로 기업 성장 사다리 약화와 고용 경직성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를 꼽았다.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고 수시채용을 확대하는 가운데 청년층에서 구직을 미루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경기 둔화로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 역시 청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청년층은 소모적인 스펙 경쟁에 매몰되기 쉽고 불가피하게 임시·일용직 일자리에 진입하는데, 결국에는 ‘쉬었음’ 상태에 빠져 노동시장을 장기적으로 이탈할 우려마저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경력 개발 초기에 있는 청년층의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숙련 기회를 잃어 인적 자본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뿐 아니라 이후 생애 전체로도 고용 안정성이 약해지고 소득이 감소하는 문제, 이른바 ‘상흔효과(scarring effect)’를 겪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은이 분석한 결과 미취업 기간이 1년일 때 5년 후 상용직에 근무할 확률은 66.1%였지만,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확률이 56.2%까지 하락했다.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길어질 때마다 현재 실질임금은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사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 또는 ‘잃어버린 세대’에서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 청년층이 과거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더욱 높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학업·취업을 계기로 독립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데, 소형 비(非)아파트 주택 공급이 수익성 저하와 원가 상승 등으로 충분히 늘지 못하면서 월세가 가파르게 올라서다. 수급 불일치로 인해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한은은 “그러나 주거의 질은 그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이 고시원 등 취약 거처를 이용하는 비중은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최소 주거기준(14㎡) 미달 주거 비율 역시 2023년 6.1%에서 2024년 8.2%로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이들의 생애 전반에 걸쳐 자산 형성이나 인적자본 축적, 재무 건전성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 분석에서 주거비가 1% 오를 때 총자산은 0.04% 감소하고, 전체 지출에서 주거비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인적자본 축적과 관련된 교육비 비중은 0.18%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연령의 부채 가운데 청년층 부채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호 한은 거시분석팀 차장은 “청년세대의 고용·주거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이중구조(질 측면의 일자리 양극화)를 개선하고, 소형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한은은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청년층의 일경험 지원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이들이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문제를 완화시키야 한다”며 “최소한의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한 금융지원 강화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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