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우(28·강원 FC)는 솔직했다. 억지로 웃지 않았다. 아파하고 슬픔에도 잠기면서 힘겨운 시기를 지나는 듯했다.
서민우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K리거였다. 최소한 한국 축구 대표팀 명단(26명)엔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서민우는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MK스포츠’가 강원이 강원도 정선과 태백을 오가며 전지훈련 중이던 6월 10일 서민우를 만나 나눴던 이야기다.
Q. 5월 17일 울산 HD와의 홈 경기를 마치고 휴가가 있었다. 좀 쉬었나.
무릎 부상으로 회복에 집중했다. 월드컵에 못갔다. 마음 정리를 하는 데도 신경 썼던 것 같다.
Q.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을 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42개월 동안 계획을 짜서 실행해 왔다. 국가대표팀에 데뷔했고, 월드컵이란 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은 순간도 있었다. 그게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리니 허탈했다. 공허했고, 복잡한 감정이 이어졌다.
Q.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날 실망감이 가장 컸을 것 같은데.
그 순간엔 아쉬웠다. 정말 아쉬웠다.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실망감이 크다는 게 느껴지는 것 같다. 동기부여를 다시 찾아서 후반기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그렇다. 긴 시간 모든 걸 쏟아부었다. 목표를 이뤘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대표팀 명단 발표 후 내 자신에게 어떤 동기부여를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긍정적인 생각이 들거나 행복하진 않다. 팀 훈련이 시작된 뒤에도 마음을 다잡는 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빨리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머릿속으론 어떻게 해야겠다는 게 그려지는 데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Q. 무릎은 괜찮아진 건가.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괜찮지 않을까 싶다. 긴 고민 끝 새로운 목표를 정하긴 했다.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북중미 월드컵은 놓쳤지만, 축구는 계속된다. 단기적으론 9월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펼쳐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도 나서고 싶다. 장기적인 목표는 2030년 월드컵이다.
Q. 북중미 월드컵엔 참여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인 목표와 계획을 잡고 실행에 옮겨 국가대표에 데뷔했다. 앞서 언급한 42개월을 돌아보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내 계획이나 생각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다만 42개월 전과 후를 비교하면 ‘잘 판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앞선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북중미 월드컵엔 함께하지 못했지만, 나를 한 단계 끌어올린 방법론은 옳았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축구선수 서민우, 인간 서민우 모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위로도 많이 받았을 듯한데.
주변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다 위로해 줬다(웃음). 솔직히 와닿진 않는다. 본래 인간은 남을 100% 이해할 수 없지 않나. 그만큼 내 자신이 힘든 것 같다. 힘들다 보니 마음이 조금 닫혀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다. 월드컵 명단 발표 후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10년 전으로 돌려봤다.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선수였을 때다. 그때 철학 공부를 많이 했다. 당시 공부하면서 했던 메모를 봤다. 한 철학자가 했던 말이 크게 와닿았다.
Q. 어떤 말이었나.
로마 제국 시대 그리스에서 활동한 에픽테토스란 철학자가 있다. 스토아학파 철학을 설파했던 분이다. 그분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란 말을 남겼다.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스토아학파 철학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정리하면 ‘무언가를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내게 적용하면, 월드컵 명단 탈락이란 벌어진 사건에 마음을 쓰는 것보단 그걸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나의 태도와 마음을 다잡아야 하지 않나 싶다. 생각은 계속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웃음).
Q. 제일 아쉬운 건 무엇인가.
준비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이 계속 떠오른다. 후회와 미련이 계속해서 내 발목을 잡은 상태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마음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상태랄까. 현재에 더 집중하면서 마음을 잘 추슬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팀 얘기를 해보자. 올 시즌 K리그1 전반기는 어떻게 돌아보나.
내가 K리그1에서 뛰고 있긴 하지만, K리그1의 템포는 냉정하게 얘기해서 느린 축에 속한다. 국외 리그를 많이 본다. 특히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일본 팀들과 붙으며 느낀 게 많았다. 대표팀 경기를 치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K리그1에선 지공 상황이 많다. 반면, 세계 축구 중심부에선 트랜지션이 아주 중요하다. 공·수 전환 시 많은 일이 일어난다. 우리가 시즌 초 어려움을 딛고 반등한 요인이 여기에 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나.
더 높은 에너지 레벨과 빠른 트랜지션에 초점을 맞춘 거다. 최근 10경기를 돌아보면, 이 전략이 완벽하게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Q. ACLE를 경험한 게 2025-26시즌이 처음이다. ACLE를 통해선 어떤 점을 배우고 느꼈나.
일본 팀들과 붙어보면서 크게 느낀 것이 있다. 일본 미드필더들은 실수가 없다. 축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 아닌가. 돌발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갑작스럽게 볼이 온다던가, 자세가 무너져 있는 상태에서 공이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향하는 상황 등이다. 일본 미드필더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좋은 선택지를 찾아서 실행에 옮겼다. 반대로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실수가 종종 있었다.
Q. 팀으로 봤을 때 달랐던 건 없나.
계속 언급하지만 에너지 레벨이 정말 달랐다. 또 하나 느낀 건 수비를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다. 한국에서 ‘수비’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힘들다’, ‘어렵다’, ‘지루하다’ 등의 단어와 연결된다. 일본은 그 수비가 정말 단단했다. 일본 선수든 외국인 선수든 수비를 준비된 대로 내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현대 축구는 공격과 수비를 나누지 않는다. 한 몸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공격은 계속하고 싶지만, 수비는 하기 싫어하는 선수가 매우 많다. 일본에선 수비를 중시하지 않으면, 외국인 선수라도 경기에서 뛸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Q. 일본 미드필더들이 실수하지 않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봤나.
스캐닝이 훌륭하다. 일본 팀들과 붙어보고 경기를 여러 번 돌려봤다. 상대 미드필더들이 선택지를 못 봤을 것 같은 돌발 상황이 있었다. 일본 미드필더들은 그 상황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패스를 보냈다. 이를 직접 부딪쳐보고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Q. 어떤 생각을 했나.
공이 ‘언제 어디서든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다시 말해 어떤 상황에서든 공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보통 공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선수는 공을 바라본다. 일본 선수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공이 왔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계산해 놓는 것 같았다. 공이 내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공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언제든 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음을 준비해 두는 거다. 내 장점 중 하나가 스캐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시아 톱 레벨과 비교했을 땐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Q. ACLE의 중요성을 많이 느낀 듯하다.
왜 국제 대회를 경험해야 하는지 알았다. ACLE를 통해 K리그에선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런 경험은 어린 선수일수록 성장에 더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연령별 대표 경험이 없다. 내 축구 인생 첫 국제 대회가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다. 이후 ACLE와 A매치 등을 추가로 경험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한편으론 5년 정도만 일찍 이런 경험을 해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내가 유럽 경기를 많이 보며 연구한다고 한들 몸으로 느끼는 걸 따라갈 순 없다. 몸으로 부딪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게 있는 까닭이다.
Q. 국제무대를 경험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가 있을까.
동아시안컵 때 일본 대표로 나섰던 모치즈키 헨리 히로키다. 마치다 젤비아 소속 선수이기도 하다. 사이드백과 센터백을 오가는 선수인데 운동 능력이 정말 남달랐다.
Q. 모치즈키의 어머니는 일본인, 아버지는 나이지리아인이다. 혼혈이다.
맞다. 운동 능력이 아시아에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느꼈다. 에너지 레벨도 확실히 달랐다. 동아시안컵 때 인상 깊게 봤었고, ACLE에서 마치다를 상대할 때 또 만났었다.
Q. 서민우는 계획에 따라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선수다. 성장에 굶주린 선수 아닌가. 향후 계획에 유럽이란 더 큰 무대도 있을 것 같다.
기회가 온다면 마다할 선수가 있을까. 북중미 월드컵 도전에 실패하면서 유럽 생각을 했다. 물론,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구단과도 이야기해야 한다. 강원에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부딪혀야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선=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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