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 한국평가정보 이사회 의장
원화값 하락 핵심변수 자본수지
기업 경쟁력 통한 외자 유치 절실
尹정부, 친기업 조성 초심 돌아가야
“환율은 국가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실물 경제를 반영하는 온도계입니다.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이나 15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연 왜 내려가는지에 대한 물음을 갖고 해결책을 제시하는게 바람직합니다.”
정부 환율 방어 ‘야전사령관’ 출신인 윤태식 한국평가정보 이사회 의장이 최근 원화값 쇼크 사태 대응 전략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지난달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가 시장을 강타하고 계엄 후폭풍 리스크가 커지며 원화값 변동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1400원대 원화값이 ‘뉴노멀’로 굳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엑소더스가 심해지고, 중간재 가격 상승에 수입 물가가 오르며 교역 조건이 더 악화하는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의장은 “환자가 아파 열이 나는데 얼음 찜질해서 열을 낮추는게 병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원화값 하락의 구조적인 원인에 무게를 두면 알아서 안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물경제 둔화, 내년 1%대 성장률, 잠재 성장률 하락, 내수와 수출의 부진,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구조적인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환율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 당국의 환율 개입은 부차적이고 피상적인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서학개미나 국민연금 해외 투자처럼 국내 자금이 대거 해외로 나가는 달라진 환율 수급 구조도 변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 투자 유치라는 설명이다.
윤 의장은 “국내에서 투자 수익을 바라보고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도 없고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며 “해외 투자가 늘면 대외자산도 따라 늘며 국내로 환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경상수지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만 보다 큰 수급 영향은 자본수지”라며 “외환시장 흐름을 보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게 중요한데 특히 주식 매도세가 늘어나는게 수급에 많이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 매력을 높이고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이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 외국 자금이 국내로 많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 정책의 초심으로 돌아가 친기업 정책을 일깨워야 한다”며 “기업이 경쟁력 가질 수 있도록 하는게 가장 가장 근본적인 환율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장은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금융 정책을 총괄하며 환율 방어 최전선 섰던 전문가다. 2002~2003년 딜링룸 사무관(박스 사무관)을 맡아 정부 외환시장 안정 개입 실무 맡았다. 당시 국제금융국장이었던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외화자금과장이었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합을 맞추며 국금 라인을 형성했다.
국제금융과장을 지내다 2012년에는 딜링룸 사무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외화자금과장을 지내며 환율 야전 사령관으로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통상정책과장, 국제기구과장 등을 거친 후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을 맡으며 국제금융 정책을 총괄했다. 2022~2023년 관세청장을 역임한 후 올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기관인 한국평가정보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