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탄핵정국發 살얼음판
당국, 금주 긴급 시장점검회의
◆ 위기의 韓경제 ◆
계엄과 탄핵 등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달러당 원화값의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1450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 플랜을 가동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불안 심리가 확산될 경우 외국인 투자 '엑소더스' 가능성도 있어 당분간 살얼음판 외환시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업계에서는 달러당 원화값이 한동안 극심한 변동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강달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내 정세 불안이란 폭탄이 가세한 상황이다. 지난 7일 새벽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423원까지 하락하며 야간 장을 마쳤다.
최진석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 초중반 '환율 스파이크'가 한번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당분간 달러당 원화값 1450원 가능성을 열어놔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계엄 사태가 시작된 지난 3일 밤 원화값은 한때 144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강달러 고금리의 영향 속에서 한국의 내부 리스크가 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선 지난 3일 계엄 사태 이후 유동성 공급 플랜을 가동하며 시장 안정에 나서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은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8일에도 열고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원화값 하락이 국내 정치 이벤트에 따라 출렁이는 상황이라 당국의 개입이 방향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정치 상황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큰데, 당국의 조치는 장기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이슈와 국내 수출 산업 경쟁력 약화가 원화값 약세의 근본적 원인이고,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은 다소 과대평가돼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정책금융기관 수장들과 긴급시장점검회의를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증권사·보험사와의 간담회에 이어 이번 주 은행, 저축은행과 긴급회동을 한다. [박인혜 기자 / 한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