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만 발행?"…한은 주도권 고수에 정치권·업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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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스테이블코인, 은행만 발행해야"
민주당 "민간 참여는 필수" 반발
업계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 우려" 지적
미국 '지니어스 법안', 민간 참여 제도화 나서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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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한은의 주도권을 다시 한 번 강조하자 정치권과 디지털자산 업계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이 스테이블코인의 중앙집중형 방식을 고수하면 혁신성과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총재는 지난 2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로, 이는 한은의 본업에 해당한다"라며 다른 기관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넘겨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통화정책 유효성이 저해되고, 지급결제 시스템의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라며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으로부터 발행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이같은 한은의 관점이 글로벌 동향과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위원회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빠르게 장악하며 한국 시장도 잠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 중심의 인허가 및 감독권 방식은 글로벌 규제와 기술 동향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K-컬처 상품 등 창의적 활용 가능성을 고려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민간 참여가 필수"라며 "은행 독점 구조는 실행 속도 저하와 생태계 조성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처는 이날 블루밍비트와의 통화에서 "한은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리·감독 기조가 깔려 있다"며 "은행 중심의 구조는 기존 예금 시스템의 연장선에 불과해 스테이블코인의 고유한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없다"며 지적했다.

복 리서처는 "한국이 중앙은행 중심의 인허가 및 감독 체계를 고수할 경우 글로벌 규제와의 괴리, 부족한 활용처 등으로 인해 차세대 금융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라며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자국 통화 대신 미 달러를 사용하는 경제적 현상)이 본격화하기 전에 민간 기업에게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을 부여하고, 빠르게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통해 민간 참여를 제도화하면서 빠르게 금융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주 정부의 감독하에 있는 비은행 기관도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한다. 단, 연방 수준의 규제 수준과 유사한 규제 기준을 입증해야 한다. 외국 발행사 역시 미국과 유사한 규제 체계를 보유한 국가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정수현 신한투자증권 선임은 이 총재의 발언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더 유연한 접근을 제시했다. 정 선임은 "초기에는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이 내재화된 금융기관 중심으로 제한하는 것이 제도 정착에 유리하다"며 "(발행 주체가) 꼭 은행일 필요는 없고, 증권사 등 규제 하에 있는 다양한 금융기관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핵심은 누가 발행하느냐보다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코인(USDC) 발행사 서클(Circle)과 같이 스테이블코인을 고유동성 자산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하는 구조로 만든다면 비금융기관도 발행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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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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