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청 공식 유튜브를 운영하는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 또 한 번 파격적인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울산 울주군이 '옹기맨'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공무원이 직접 항아리에 들어간 영상을 제작하자 충주맨은 투표함에 몸을 넣는 패러디 영상으로 맞불을 놨다.
◆항아리 vs 투표함…지자체 밈 대전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충주시는 지난 6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충충충 사후르'라는 제목의 17초 분량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김 주무관은 투표함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해 투표를 독려했다. 해당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70만 회를 돌파하며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앞서 울산 울주군은 지난달 27일 도끼를 들고 상의를 탈의한 '옹기맨'이 항아리에 들어가는 홍보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울주군은 울산옹기축제를 알리기 위해 공무원이 직접 출연했고 세계적인 인디게임 '겟팅 오버 잇(항아리게임)'을 패러디한 이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12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이날 기준 조회수는 43만회를 돌파했다. 실제 축제 기간 동안 16만 명이 방문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영상들은 공개 직후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무원 극한 직업이다", "공무원 하려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요즘 공무원 컷 높다더니 진짜 높다", "게임을 패러디하는 공공기관을 또 패러디하는 공공기관이라니" 등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유튜브 콘텐츠 경쟁 속 공직자들의 고군분투에 대한 감탄이 이어졌다.
'옹기맨' 정확석 주무관은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2022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에 주력해 왔고, 지난해 7월에는 홍보미디어팀이 따로 생기면서 예산이 분리됐다"며 "앞으로도 밀레니엄+Z(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제작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주무관은 "충주시처럼 영상이 제작되면 바로바로 올리고있고 결재받고 그런 게 없다. 자율성이 많이 보장되고 있다"며 "충주맨이 옹기맨을 패러디한 영상도 봤고, 지자체 간 서로 커가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덧붙였다.
◆충주맨 효과…구독자 수는 인구 4배
지자체 유튜브계의 원조격인 충주시 유튜브 채널은 공공기관으로서는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20년대 초반부터 병맛 유머와 밈 콘텐츠로 입소문을 탄 뒤, 2023년에는 구독자 수 40만 명을 돌파했고, 2024년에는 60만 명을 넘어섰다. 이날 기준 구독자 수는 약 84만명으로 이는 충주시 인구(약 20만 7000명)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김 주무관의 기발한 아이디어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프리선언’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해당 영상은 '프리선언'이라는 제목과 함께 당시 김대호 MBC 아나운서의 '프리선언'을 패러디한 듯한 오프닝으로 시작되지만, 실제 내용은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 안내였다.
올해 4월에는 '출마 선언'이라는 제목의 19초 영상이 올라왔다. 김 주무관이 단상에 올라 "출마하겠습니다"라고 외치니 주변 직원들이 당황하거나 기절하는 연기를 펼치는 구성이다. 실제 '출마'는 충주시의 승마 사업 홍보와 연결된다.
충주시 관계자는 "외주로 제작하면 도시의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어 자체 제작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올해는 라이브 방송을 위해 장비를 구입하는 데 일시적으로 예산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양산·수도권도 유튜브 경쟁…"우린 '띰장님' 있어요"
이 같은 SNS 기반 홍보 흐름은 타 지자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양산시도 '띰장님'으로 알려진 민홍식 팀장과 하진솔 주무관이 함께 출연한 숏폼 영상으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5월 제작한 일자리센터 워크넷 홍보 영상은 현재까지 277만 회 이상, 깡냉이 축제 영상도 57만 회 이상 조회됐다.
하진솔 주무관은 "예산을 크게 들이지 않는 선에서 콘텐츠 제작은 가이드라인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임기제 주사 한 분이 자체적으로 촬영과 편집까지 맡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같이 일선 지자체 일부는 콘텐츠 전문 인력을 별도 채용하거나, 기존 팀 내에 사업홍보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요즘은 영상 한두 개로 지역 행사 인지도가 확 달라지는 만큼 SNS 전담팀을 만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소속 한 공무원은 "충주맨을 보고 우리도 쇼츠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며 "공무원 사회에선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였고, 일반 사기업도 그렇게 안 하는데 대단한 시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충주맨 이후로 지자체 내 사업홍보팀이 신설됐고, 트렌디한 콘텐츠를 만들려는 시도가 늘었다. 그 시작이 충주맨"이라고 밝혔다.
◆"다 따라해 피로감…그만 좀 했으면" 지적도
한편 일각에선 '밈 전쟁'식 홍보 경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도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충주맨 스타일의 영상이 도처에서 반복되고 있다"거나 "비슷한 공공기관 유튜브 콘텐츠가 이제는 식상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공기업 직원은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안 하는 기관이 없을 정도다. 충주맨이 쏘아올린 공이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광역·기초자치단체부터 산하기관, 공기업, 공공기관까지 전부 뛰어든 셈"이라며 "우리 기관만 해도 4명이 SNS를 맡고 있는데 기관별로 1명씩만 잡아도 인스타 담당만 최소 1000명은 될 것이다. 이 인력을 복지나 민원 부서로 돌려 시민 생활과 더 가까운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쓰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직원은 "최근 우리 기관도 홍보 강화를 위해 전담 직원을 따로 뽑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죄다 충주맨 쇼츠 느낌 문구 다 따라 해 시청, 공단, 소방, 군청 다 그렇다. 유튜브에 지겹게 나오는 것들 똑같이 베껴서 진짜 식상 떠나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