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현(23·대전하나시티즌)에게 2025년 4월 1일은 특별한 날로 가슴에 남았다.
박규현은 이날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 원정 경기에서 89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3-2 승리에 이바지했다.
박규현은 울산 유소년 팀에서 성장했다. 울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하진 않았다. 박규현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독일로 건너가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박규현은 SV 베르더 브레멘, SG 디나모 드레스덴 등을 거쳤다.
박규현은 2025시즌을 앞두고 대전에 합류해 K리그1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박규현은 올 시즌 K리그1 5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박규현은 대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며 팀의 K리그1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MK스포츠’가 1일 울산전을 마친 박규현과 나눈 이야기다.
Q. 3월 8일 대구 FC 원정에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3경기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3월 A매치 휴식기가 중간에 껴서 꽤 오래 쉰 것처럼 느껴진다. 대구전 이후 어떻게 지냈나.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드는 데 힘썼다. 사실 치골염이 있었다. 퇴장을 당하고, 대표팀 휴식기가 겹치면서 치골염 치료에 집중했다. 복귀가 예상보다 빨랐다. 울산전에 초점을 맞추고 잘 준비했다. 이젠 아프지가 않다. 이게 가장 좋다.
Q. 울산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우리가 이겼다. 한 선수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모두가 간절하게 뛰어서 승점 3점을 챙겼다. 팀원들에게 고맙다. 승리해서 정말 좋은 것 같다.
Q. 2월 2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치렀던 울산전에선 0-2로 힘없이 패했다. 울산 원정에선 완전히 달랐다. 대전이 경기력, 결과 모두 잡아냈다. 무엇이 달랐던 건가.
절실함이다. 준비 과정에서부터 ‘울산 원정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승점 3점을 가져올 것’이란 의지가 넘쳤다. 그 간절함이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나왔다. 선발 명단에 큰 변화가 있지 않았나. 경기를 준비했던 선수들이 ‘내 가치를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할 것’이란 마음으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Q. 대전 유니폼을 입고 K리그1에 데뷔해 처음 울산 원정을 치렀다. 울산 유소년 팀에서 기량을 갈고닦지 않았나. 감정이 남달랐을 것 같다.
감정이 진짜 남달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가 많이 생각났다. 여기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볼 보이를 했다. 대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꼭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구단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에도 옛 생각이 많이 났다. 추억이 담긴 거리를 지날 때마다 여러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가지고서 더 땀 흘리게 해준 무대가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이다. 처음 울산 원정에 나선 날 승리까지 맛봤다. 기분이 좋다.
Q. 시간이 꽤 지나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지만, 이번 울산 원정에 볼 보이 시절 지켜봤던 선수가 있었나.
지금 대전에 계신 김창수 코치님이 내가 볼 보이 할 때 울산 선수로 뛰셨다. 아랍에미리트(UAE) 알 와슬에서 뛰고 있는 (정)승현이 형, 수원 삼성에 몸담은 (이)기제 형 등도 내 볼 보이 시절 울산 소속이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고 있는 (김)인성이 형도 내가 볼 보이 일 때 울산 선수였다.
Q.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대전이 선두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도 순위표를 볼 듯한데. 순위표 보면서 어떤 얘기 나누나.
순위표 안 본다면 거짓말이지(웃음). 좋은 분위기에서 ‘리그 우승 팀’, ‘1위 팀’이란 얘기를 하곤 한다. 다들 지금 시점에서의 1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안다. 황선홍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게 다 맞다. 선수들과 진지하게 얘기하는 건 꾸준함이다. 어떻게 하면 1위를 지킬 수 있을지 계속 논의한다. 말은 웃으면서 하지만 마음은 항상 전쟁을 앞둔 장수처럼 비장하다. 주말 전북 현대전에서도 승점 3점을 챙기는 데 집중하겠다.
Q. 4월 5일 홈에서 전북전을 치른다.
간단하다. 울산전처럼 간절하게 뛰면 이길 수 있다. 우린 경기 시작 15분도 지나지 않아 2골을 넣었다. 이후 연달아 실점하며 전반전을 2-2로 마쳤다.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왔을 때, (주)민규 형의 결승골 순간, 추가 실점을 막고 승리했을 때의 감정, 다 잊지 않아야 한다. 그 마음 잃지 않고 전북전에 나서겠다. 우린 울산 원정 승리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Q. 국가대표팀이 왼쪽 풀백의 주인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지금 같은 경기력을 유지하면 대표팀 발탁은 시간문제로 보이는데.
모든 선수의 꿈이 국가대표다. 생각을 안 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 소속팀 대전이 먼저다. 대전에서 잘하면 기회는 자연스럽게 주어질 것으로 본다. 꾸준히 잘하는 게 중요하다. 꾸준히 잘하려면 부상이 없어야 한다. 4, 5월 경기 수가 대단히 많다. 당장은 몸 상태 회복에만 신경 쓰겠다.
[울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