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김은수 교수, 소화기내과 손원 교수 연구팀은 2003~2022년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7만981명을 대상으로 우울 증상과 대사기능이상지방간(MASLD) 발병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사기능이상지방간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 이상과 관련해 발생하는 만성 간 질환이다. 방치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은 물론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높일 수 있어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
연구팀은 간 초음파 검사상 지방간이 없고 대사질환이나 정신과 약물 복용 이력이 없는 사람들을 우울 증상 선별검사(CES-D) 점수에 따라 ▲정상군(8점 미만) ▲경증 우울군(8~15점) ▲우울증군(16점 이상)으로 분류한 뒤 평균 5.4년간 추적 관찰했다.그 결과 남녀 모두 우울 증상이 심해질수록 지방간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여성에서 그 영향이 더욱 뚜렷했다.
정상군과 비교했을 때 남성은 경증 우울군에서 지방간 위험이 3%, 우울증군에서는 6% 높았다. 반면 여성은 경증 우울군에서 5%, 우울증군에서는 18% 높게 나타났다.
특히 45세 미만 여성에서는 우울 증상에 따른 지방간 위험 증가가 가장 뚜렷했다. 경증 우울 증상만 있어도 지방간 위험이 정상군보다 5% 높았고, 우울증군에서는 위험이 최대 20%까지 증가했다.손원 교수는 “기존에는 폐경 이후 여성에서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지방간 등 대사질환 위험이 급증하는 데 주목해 왔다”며 “이번 연구는 폐경 전의 젊은 여성이라도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대사 건강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대규모 데이터로 보여준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왜 젊은 여성에게서 위험이 더 높았나
연구팀은 폐경 전 여성의 경우 대사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울증이 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선명하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수 교수는 “폐경 전 여성의 에스트로겐은 간의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 시기에는 대사적으로 건강한 상태인 만큼 우울증이 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은 우울 증상에 노출될 때 남성보다 더 강한 염증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CRP, TNF-α, IL-6 등 염증 물질이 증가하면 간의 지방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이 밖에도 여성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정서 중심의 대처를 선택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해 신체 활동 감소나 불건강한 식습관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 “약 때문 아니었다”…우울 증상 자체가 지방간 위험 높여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울 증상 자체만으로도 지방간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우울증은 단순한 정신적 고통에 그치지 않고 호르몬 분비 체계와 면역 시스템을 교란해 신체 건강 전반을 위협하는 독립적인 위험인자”라고 말했다.
우울증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키는 HPA축 이상을 유발해 내장지방 축적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과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간에 지방이 쌓이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 우울 증상 있다면 간 검사도 고려해야
연구팀은 특히 45세 미만 여성 중 중등도 이상의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 우울증 진단 직후부터 정기적인 간 초음파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강도 운동 ▲식이요법 ▲혈당·지질·혈압 관리 ▲정기적인 간 기능 검사 등을 통해 지방간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울증이 단순 정신 질환이 아니라 전신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정신과 치료와 함께 간 건강에 대한 선별 검사와 조기 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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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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