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인구 52만 명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우승 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는 기적을 썼다.
카보베르데는 16일 열린 스페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사상 첫 월드컵 승점(1점)을 챙겼다. 이 경기 전 스포츠 통계 업체 옵타는 스페인의 승리 확률을 87.2%로 예측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인 ‘유럽 챔피언’ 스페인은 이날 67위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카보베르데 골문을 지킨 ‘거미손’ 보지냐 때문이다.

40세에 첫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보지냐는 7차례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다. 보지냐는 전반 39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미켈 오야르사발의 헤더 슛을 몸을 날려 쳐냈고, 전반 45분 땅볼 크로스에 이은 페란 토레스의 슛도 막아냈다. 전반 추가 시간 아이메릭 라포르테의 헤더슛 역시 보지냐가 몸을 던져 막았다. 이 경기 최우수선수는 보지냐의 차지였다. 카보베르데는 이날 점유율(38%-62%)과 슈팅(6개-27개)에서 스페인에 크게 밀렸지만, 끈끈한 조직력과 육탄 방어로 스페인의 맹폭을 견뎌냈다.
보지냐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자신을 키워준 조부모와 어머니가 떠올라서다. 보지냐는 경기 후 “고향 어머니 집에서 큰 잔치가 열릴 것”이라며 “어머니가 현장에 오시지 못해 슬퍼하셨지만 이 영광을 카보베르데의 모든 국민에 바친다”고 했다.

보지냐는 25세가 돼서야 앙골라 프로축구 구단 프로그레소에 입단해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이듬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보지냐는 한때 대표팀 은퇴를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월드컵 꿈 때문에 버텼다. 보지냐는 “나는 평생을 이 순간, 이 꿈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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