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출국 좀 하자"…연예인-승객 공항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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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05 09:47 수정2025.04.05 09:47

지난 29일 그룹 하츠투하츠의 김포국제공항 출국길에 몰려든 인파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지난 29일 그룹 하츠투하츠의 김포국제공항 출국길에 몰려든 인파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연예인과 일반 승객이 공항에서 마찰을 일으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공항 출국장 앞에서 한 연예인이 출국하려다 경호원과 일반인 승객 사이에 격한 말싸움이 오갔다. 그룹 NCT 위시 멤버가 출국하는 과정에서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경호원과 일반인 승객이 고함을 지르며 싸운 것이다.

상황은 이렇다. 그룹 NCT 위시 멤버 시온은 지난달 29일 해외 팬 사인회 일정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상하이로 출국했다. 이 과정에서 시온을 따라 사진을 찍는 팬들이 출국장 면세 구역까지 따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온의 경호원이 "나오세요"라며 짜증스러운 말투로 길을 텄고, 이때 지나가던 한 공항 이용객은 큰 소리로 "뭐 대단하다고 승객들한테 소리 지르고 반말이야? 누군 소리 지를 줄 몰라서 안 지르는 줄 알아?"고 소리쳤다.

같은 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SM엔터테인먼트 8인조 신인 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공항에서는 출국장으로 향하는 하츠투하츠를 따라가며 사진을 찍는 팬들과 취재진, 멤버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경호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당시 영상에는 하츠투하츠 주위로 이른바 '대포'로 불리는 커다란 카메라와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미는 팬들이 몰려든 모습이 담겼다. 한 시민이 아이가 다칠 뻔했다고 소리 지르며 "우리도 출국해야 할 거 아니야. 이 XXX들아"라고 목소리를 높인 음성이 들리기도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상에서는 연예인의 공항 이용을 두고 누리꾼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누리꾼은 "오죽하면 욕까지 할까", "솔직히 연예인들 민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현장 통제 못 한 소속사 잘못", "전용 출입구 만들려 했는데 그때 다들 특혜라고 욕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관광업계에선 이를 두고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만 없는 사안으로 본다. 관광업계에서는 출국장 혼잡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연예인도 일정 비용을 받고 패스트 트랙(우선 출국 서비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인천공항에서는 만 7살 미만 유아나 임산부 등 교통 약자를 동반하면 최대 3인까지 패스트 트랙을 이용할 수 있다. 오는 6월부터는 패스트 트랙 제도가 확대돼 미성년 자녀 3명 이상 가구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속내가 복잡하다. 공사는 지난해 말 연예인 출국 시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비용을 받고 연예인들의 패스트 트랙 이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예인만 특혜를 받는 이유가 뭐냐'는 식의 비판이 일자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최근 패스트 트랙 허용 범위가 다자녀 가족까지 확대된데다 연예인 출국 시 혼잡과 갈등이 심화하면서 연예인 패스트 트랙 허용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인천공항의 패스트 트랙은 현재 교통약자에 한해 극히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세계 유수의 허브 공항 상당수는 일정 비용을 지불한 사람 또는 항공사의 높은 티어(등급) 또는 비즈니스 승객 이상에게는 빠른 출입국 절차를 밟게 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30대 공항(여객 송출 기준) 가운데 비즈니스 승객을 포함한 패스트 트랙을 운영하지 않는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상당수 공항은 고객 유치를 위해 주차장에서 의전실과 게이트 앞으로 바로 갈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내걸고 있다. 심지어는 공산권인 베트남마저 일반승객들도 미화 20달러가량의 '웃돈'을 주면 패스트 트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패스트 트랙 도입 문제는 국토부가 주관하는 출입국간소화위원회 통과가 우선이다. 이 위원회는 국토부와 법무부, 세관 등도 얽혀 있지만, 키는 정치권에 있다.

인천공항은 국민 정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판단이다. 연예인 출입국 시 혼잡에 불만을 표출하지만 막상 패스트 트랙을 시행하려고 하면 '나도 바쁜데 누구를 위해 운영하느냐'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그러나 만약 패스트 트랙 운영으로 벌어들인 돈을 출입국 시설과 인력 확충 등에 활용한다면 일반 승객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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