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1, 2위를 차지한 에테르노청담과 PH129는 각각 29가구로 들어섰다.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두 단지가 속한 강남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공급할 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 시행사는 궁여지책으로 29가구 소규모 아파트를 만들어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분상제 규제가 낳은 29가구짜리 아파트는 아이러니하게도 희소성과 폐쇄성 덕분인지 자산가들로부터 인기를 얻어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처럼 규제가 낳은 역설적 상황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공시가격 4위에 해당하는 용산구 한남동 고급주택 한남더힐은 총 32개 동으로 구성됐다. 이 중 11개 동은 4층 이하로 지어 주택 용도가 연립주택으로 분류된다.
앞서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3구와 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상을 아파트로 한정했다. 이 덕분에(?) 초고가 주택 한남더힐 내에서도 주택 용도가 연립주택인 일부 동은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고, 지자체에서 자금조달계획서도 더 꼼꼼하게 따져보는 만큼 동일 단지 내에서도 규제를 피한 주택에 수요가 더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달 이 단지에서 175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된 주택은 연립주택으로 분류된 동에 위치했다.
물론 이런 케이스가 일반적인 건 아니다. 규제 대상 지역과 주택 유형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례적인 경우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동일 생활권인 한 단지 내에서 층수에 따라 규제 유무가 달라진다는 건 규제의 합리성과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앞선 분상제의 경우처럼 규제를 부과하면 결국 시장은 빈틈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토허제 지정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이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려는 힘도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한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고급 연립주택이나 레지던스 인기가 한층 높아지는 파생 효과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규제기관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김유신 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