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5명중 1명 외국인이라는
임이석테마피부과의원 가보니
지난 21일 오전 10시 서울 잠원동의 한 피부과 의원, 10명의 예약 환자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국적은 중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다양했다. 태평양 건너 호주와 브라질에서 찾아온 환자도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글로벌 고객들이 진료실 앞에 줄을 서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다. 1995년 개원 이래 30여년간 누적 진료 100만건 이상을 기록한 이 피부과 의원은 K미용의료의 상징이 됐다.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의원 원장은 “예전에는 중국인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SNS 등을 보고 전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다”며 “많을 때는 외국인 환자들이 5명중 1명 꼴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미용시장 트렌드가 소위 ‘칼을 대는 성형수술’에서 ‘티나지 않으면서 어려보이는 안티에이징(노화 방지)’로 옮겨가면서 한국 피부과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임 원장은 “이목구비 윤곽을 인위적으로 바꾸기보다 표피와 진피, 근막, 근육층 등을 다각도로 다뤄 피부 본연의 건강함을 되찾아주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다”며 “한국 의료진은 부위별 피부 두께와 특성을 치밀하게 계산해 다양한 장비와 시술을 조합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객은 국내 의료시장의 핵심 소비층이다. 내국인과 동일한 비급여 수가가 적용되지만, 1인당 지출 규모는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왕 한국을 찾은 김에 ‘받을 수 있는 시술은 다 받고 가자’는 고객들이 많다. 임 원장은 “해외 환자들은 2박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씩 머물면서 서너 차례 집중 치료를 받는다”며 “복합 시술을 할 경우 1인당 수백만원씩 쓰는 것도 예사”라고 말했다.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지출하는 숙박비와 쇼핑, 외식비 등 경제 효과도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와 동반자가 쓴 의료관광 총액은 12조5000억원(순수 의료비 3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 국책연구원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10조5000억원의 부가가치와 22조80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산했다.
임 원장은 “한국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고 나면 매년 정기적으로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조부모와 부모, 자녀까지 3대가 함께 찾아와 맞춤형 피부 관리를 동시에 받고 가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 1월 부가세 환급 폐지에
일부 외국인 예약 취소하기도
12조원 의료관광 위축 우려
잘 나가던 K-미용의료 붐은 최근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올해 초 외국인 미용성형 부가세 10% 환급 제도를 중단하면서 분위기가 눈에 띄가 가라앉고 있어서다. 당국은 세수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업계에서는 외화 획득 기회를 스스로 위축시키는 소탐대실형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임 원장은 “수십만~100만원대 환급 혜택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일부 예약 환자들은 부가세 환급 폐지 소식을 접한 뒤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며 “당국이 세수 확보를 이유로 제도를 일몰한 반면 싱가포르와 태국, 일본 등 주변 경쟁국들은 도리어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유치 경쟁을 가속화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에서 미용성형 부가세 환급 특례를 2년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업계에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원장은 “주기적으로 일몰 여부를 두고 논쟁을 반복하기보다 외국인 대상 의료 면세 제도를 상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미용의료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의료계 내부의 전문성 저하가 꼽힌다. 필수의료 분야의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와 최근 빚어진 의정 갈등으로 대안을 찾으려는 타 과 전문의와 일반의가 미용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현재 국내 개원가에서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의원은 약 2%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임 원장은 “실제로 다른 병원에서 시술을 받다가 홍조나 색소침착과 같은 부작용을 겪고 재치료를 위해 뒤늦게 전문의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미용 의료 행위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비전문의들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임 원장이 30년 넘게 명성을 유지해온 비결은 ‘안전’이라는 의료 원칙에 있다. 최근 대다수 미용 병원들이 비의료인인 상담 직원을 앞세워 진단하고 시술을 권유하는 것과 달리, 이 병원은 8명의 의료진 전원이 첫 진료부터 상담, 시술까지 직접 전담한다. 최신 장비를 도입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매년 수십억원을 투자한 결과 현재 보유한 주름·탄력 개선 장비만 70여종이 넘는다.
임 원장은 “새로운 장비가 출시됐다고 해서 홍보용으로 성급하게 구매하지 않는다”며 “최소 2~3년간 임상 현장에서 안전성과 효과 데이터가 검증된 장비만 철저히 선별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뚝심 덕분인지 전체 내원객의 80~90%는 지인 소개로 유입되고 있으며, 20년 넘게 병원을 찾는 단골과 대를 이어 방문하는 가족 환자 비중도 높은 편이다.
환자의 요구에 무조건 응하기보다 의학적 타당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고집도 여전하다. 임 원장은 “만성 홍조나 염증성 피부질환을 앓는 환자가 지인이 효과를 봤다면서 특정 레이저 시술을 요구할 때가 있다”며 “진단 결과 피부 장벽이 무너져 시술을 견딜 수 없는 상태면 환자가 아무리 원해도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의사로서의 양심과 책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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