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에…금융권, '환 전략'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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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국내 금융사들이 환 전략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27원대로 넉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말 1299원이었던 환율은 지난해 △1분기 1347원 △2분기 1382원 △3분기 1320원 △4분기 1477원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최근엔 탄핵 정국이 정리되며 급락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환율은 대규모 외화 채권을 보유한 금융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단위 자산 변동을 예측하기 힘들뿐더러,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환 헤지 비용도 고민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파생상품 투자로 환 위험을 회피한다. 예컨대 환율 상승시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에 투자하면서 가치가 하락하는 파생상품에도 투자하는 식이다.

보험업계에선 자산 기준 생명보험 빅3로 불리는 삼성·한화·교보생명의 작년 투자손익 중 외화환산이익이 6조874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688억원) 대비 5조원 이상 증가했다. 동시에 파생상품에서 평가손실도 1조4866억원에서 6조8603억원까지 확대돼 환헤지 비율을 100%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 상위 5개(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에선 외화환산이익이 8167억원에서 3조3458억원까지 증가했다. 파생상품평가 손실은 2조6597억원을 기록해, 환 이익과 비교해 7000억원 정도 차이가 나타났다.

은행권 역시 널뛰는 환율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외환자산 평가가치가 높아지는 반면, 건정성 지표는 악화될 수 있어 '양날 검'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파생상품자산 잔액은 42조4951억원으로, 9월말(18조6102억원) 대비 128.3%(23조8849억원) 늘었다. 통화 관련 파생상품자산이 전체 파생상품 대부분을 차지해 환율 급상승에 따라 거래량과 원화환산액이 늘어난 덕이다.

환거래 손익에선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명암이 엇갈렸다.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기관은 달러화채권 등 대외부채뿐만 아니라 달러 자산도 다량 보유한 만큼 비교적 안정적인 기초체력을 보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화 자산이 전체 70%에 달하는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환율 급등 국면에서 대규모 이익을 봤다. 지난해 4분기 외환관련 순익만 1조2722억원으로, 전체 외환관련 순익(1조6265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업은행도 외환관련 이익이 약 8648억원 발생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1조원, KB국민은행은 3438억원 등 시중은행은 환가래에서 대규모 손해가 나타났다. 달러 조달비용이 높아진 탓이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면 시중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해 건정성도 흔들린다. 지난해 말 기준 4대금융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KB금융 13.51%, 신한금융 13.03%, 하나금융 13.13%, 우리금융 12.13%를 기록했다.

CET1은 은행 건전성과 배당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환율 변동성 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되면 CET1 비율이 낮아진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 비율이 0.01~0.03%p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분기 유지된 고환율이 CET1 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여파를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관세 충격이 원·달러뿐 아니라 국제적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금융사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회사별로 어느 정도 대비를 해 놨겠지만, 최근엔 하루하루 불확실성이 워낙 크고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대응이 쉽지 않다”며 “변동성 관리를 위해 보유 외화 채권을 줄이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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