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역성장 쇼크]
4개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 내수-투자-수출 모두 뒷걸음질
JP모건 “정치 소란에 회복 지연”… 2분기도 관세 여파 본격화 ‘악재’
전문가 “새 정부 2차추경 필요”
올해 연간 성장률도 한국은행이 당초 전망한 1.5%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해외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끌어내리고 있다.
● 4개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
한은은 특히 1분기 한국 경제에 쇼크를 준 대내외 악재들을 지목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역대 최대 산불 피해,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이연 등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올 2분기 이후 상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다. 3월부터 부과된 철강·알루미늄 관세 여파가 현실화되는 등 이제 한국도 관세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된다. 한은은 이 같은 관세 영향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투자 부진이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의 개선세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기자설명회에서 “지난해 2분기부터 건설투자 부문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며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 2분기에는 관세 영향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인데, 이로 인해 종전에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2분기 0.8%)에는 못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 “정치적 소란으로 내수 회복 지연”이날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7%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이달 8일 0.9%에서 0.7%로 내린 지 약 2주 만에 0.2%포인트(P)를 또다시 내린 것이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건설 경기 회복이 더뎠으며 작년 4분기부터 지속된 정치적 소란(noise)으로 내수 회복도 지연됐다”며 “최근 반년간의 실질 수출 성장도 실망스러웠고, 관세 충격을 앞둔 상황에서 출하량도 예상 수준보다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로 대폭 내린 국제통화기금(IMF)의 라훌 아난드 한국미션팀장도 “최근 관세 조치의 영향뿐 아니라 작년 말 이후 국내 상황도 반영한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세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현재의 관세 전쟁 국면으로 인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6월 3일 조기 대선 이후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재정을 투입해야 마이너스 성장을 가까스로 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내수가 부진한 데다 수출마저 줄면서 1분기 성장률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하반기(7∼12월)에는 정부가 2차 추경을 통해 20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구조를 바꾸는 본질적인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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